"한국에 카길 역사상 최대 규모의 최첨단 동물 사료 공장을 지은 것은 똑똑한 한국 직원들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세계 최대 곡물 유통·가공 기업인 카길 동물영양사업부의 세레나 린(Lin) 회장은 11일 본지 인터뷰에서 한국 투자의 첫 번째 이유로 '인재(人材)'를 꼽았다. 그는 12일 경기도 평택에서 열린 동물 사료 공장 준공식 참석차 방한했다. 카길이 1억달러(약 1160억원)를 들여 지은 이 공장은 5만2610㎡(약 1만5914평) 부지에 연간 87만t의 사료 생산 설비를 갖췄다.
카길은 세계 40여 개국에서 연간 1500만t의 동물 사료를 생산한다. 아시아에선 중국과 베트남이 매년 10%씩 성장하는 '신흥 시장'이다. 한국은 그에 비해 사료 시장 성장률이 3~4% 정도다. 왜 굳이 한국에 카길그룹 사상 가장 큰 규모의 동물 사료 공장을 지었을까.
린 회장은 "한국 직원들은 '카길 체어맨 어워드(chairman award·회장이 매년 한 차례 주는 상)'를 두 번 받았을 정도로 최근 50여년간 탁월한 능력을 보여줬다"며 "고객의 신뢰를 얻고 있는 이곳에 투자하면 언젠가 이익이 돌아올 것이라는 믿음에서 장기적인 투자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평택 공장엔 세계적으로 찾기 힘든 첨단 시스템이 장착됐다. 소·돼지·닭·개 등이 먹는 사료를 모두 나눠서 제조하는 '분리 공정'을 도입했다. 평택항에 도착한 옥수수·콩 등 원료를 평택 공장으로 직접 연결하는 350m 길이의 컨베이어 벨트도 카길 역사상 처음 설치했다. 운송 과정에서 오염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조치다.
"이게 모두 한국 직원들의 아이디어였어요. 정말 놀라웠습니다."
공장이 지어지는 3년 동안 한국 직원들이 2240개의 아이디어를 냈고, 이런 아이디어가 세계 최고 수준의 공장을 만들어낸 원동력이 됐다는 것이다.
린 회장은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도 큰 이유라고 말했다. "기반시설이 빈약한 평택항 매립지에 공장을 짓는 과정에서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수도·전기·통신 등 시설을 구축해주었습니다." 평택항 매립지는 경기도 평택과 충남 당진이 관할권을 다투고 있는 곳으로, 두 곳의 지자체가 모두 카길 공장 입주를 적극 지원했다.
평택 공장 준공으로 카길은 기존 3개(정읍·군산·김해) 공장과 함께 한국에서 연간 160만t의 동물 사료를 생산하게 됐다.
카길 한국법인인 카길애그리퓨리나의 사료 브랜드 '퓨리나'는 국내 축산 농가에선 동물 발육 촉진 속도가 다른 사료에 비해 10~20% 높은 '고급 사료'로 인정받고 있다. 첨단 시설을 갖춘 평택 공장에선 철저한 위생 공정을 거친 '수퍼 하이진(super hygiene) 사료' 같은 고급 사료를 추가 생산한다.
국내 사료 업계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현재 동물 사료 시장은 농협(35%)과 하림그룹(15%)이 시장점유율 1·2위이며 카길애그리퓨리나가 9%로 3위다. 카길은 5년 후 시장 점유율을 12%까지 높인다는 목표다. 국내 사료 소비량은 1980년대 1000만t에서 2013년에는 1800만t으로 성장했다.
최윤재 서울대 교수(농생명과학부)는 "한국인 1인당 육류 소비량은 연 45㎏으로 미국의 3분의 1 수준"이라며 "육류 소비 증가에 비례해 10년 뒤엔 사료 시장 규모가 연간 2000만t을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