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예탁결제원이 국내 의결권 시장 선진화를 위해 전자투표와 전자위임장 제도를 개선하고 전자주주총회 시스템을 구축한다.

유재훈 예탁결제원 사장은 지난 10일 한국지배구조원과 한국증권법학회와 공동 개최한 '2015 의결권 시장 선진화를 위한 심포지엄'에서 "전자투표와 전자위임장제도의 모바일 서비스를 제공하고 해외 사례를 연구해 전자주주총회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결산법인 1753개사 중 98%는 3월에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이 가운데 68%(1191개사)가 3월 넷째 주 금요일에 주총을 열었다. 이날 오전 9시에 주총을 진행한 기업은 965개사로, 전체 결산법인의 절반이 넘는다.

주총 일정이 이렇게 한날한시에 몰려있기 때문에 국내 시장에서 개인 주주나 기관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기 어렵다. 주총이 3일에 집중된 국가는 전 세계적으로 드물다. '주총 쏠림 현상'이 우리나라와 가장 비슷한 일본에서는 주총의 70%가 3일간 진행된다. 선진국의 경우 이 비중이 10~15%에 불과하다.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주총의 15~20%만이 3일에 걸쳐 집중됐다.

전문가들은 개인 주주가 주주총회에 참석해 의견을 낼 기회를 넓히려면, 전자투표와 전자위임장 제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전자투표란 주주가 직접 주주총회에 참석하지 않고 인터넷에 접속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로, 예탁결제원이 지난 2010년부터 업무를 시작했다. 올 1월에는 의결권을 인터넷으로 위임해 다른 사람이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전자위임장 시스템도 구축했다.

올해 9월 말 기준 총 452개사가 전자투표 계약을 체결했으며, 388개사가 전자위임장 계약을 맺은 상태다. 하지만 전자투표 행사율은 주주 기준으로 0.26%(5510명)를 기록했으며, 전자위임장 행사율은 0.0003%(62명)에 그쳤다.

김순석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올 들어 전자투표와 전자위임장 제도를 모두 이용하는 상장사가 증가했지만, 행사 비율은 여전히 낮다"며 "전자투표와 전자위임장 이용률을 높이려면 기관투자자들이 이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예탁결제원 제공

예탁결제원은 전자투표와 전자위임장 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박임출 예탁결제원 예탁결제본부장은 "전자투표와 전자위임장 제도의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 전자투표시스템과 펀드넷을 연계해 집합투자업자의 의결권 행사를 지원할 예정이며, 전자투표 시스템과 증권정보포탈(SEIBRO)을 통해 주주에게 기업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전자투표와 전자위임장 전용 모바일 애플리케이션도 개발 중이다.

장기적으로 전자주주총회 시스템을 도입하는 게 목표다. 예탁결제원은 모범 사례로 터키를 꼽았다. 터키에서는 지난 2012년 전자주주총회 시스템인 '이젬(e-GEM)'을 시작한 이후 주주들의 주총 참여가 2.7배 늘었다. 터키중앙예탁기관에 따르면 올 들어 9월까지 열린 주총 320건 가운데 참여 주주의 20%가 실제 주총에 참여했고 80%가 이젬을 통해 주총에 참여했다. 현재 터키 이스탄불 거래소에 상장된 기업들은 의무적으로 이젬 시스템을 이용해야 한다.

메르베 사득 터키중앙예탁기관 변호사는 "주주들은 직접 주총 현장에 참석하지 않아도 이젬을 통해 생중계되는 주총을 시청하면서 의장에게 질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