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2공항 예정지 지명 때문에 주민들의 희비가 몇 시간 만에 바뀌는 촌극이 벌어졌다.

제주 2공항 예정지에 포함된 온평리 일대.

국토교통부는 지난 10일 오전 ‘제주 서귀포 신산에 제2공항 건설 추진’ 보도자료를 내고, 용역 결과 성산읍 신산리 일대가 제주 2 공항 예정지로 결정됐다고 밝혔다. 공항 예정지가 발표되자 신산리 주민들은 발칵 뒤집혔고, 옆 마을인 온평리 일대 주민들은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온평리 주민들이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것은 몇 해 전부터 신산리 일대에 바다를 메워 공항을 지을 것이란 소문이 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산리 주민들이 침통해 하던 분위기도 잠시. 원희룡 도지사가 10일 오후 2시 성산읍사무소에서 지역 주민설명회를 한 후 예정지 면적의 76%가 온평리 일대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토지 수용이 불가피한 온평리 주민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온평리 일부 주민들은 “공항 예정지가 온평리가 중심인지 신산리가 중심인지도 모르는데 이런 용역 결과를 믿을 수 있느냐”라며 용역 결과에 불신을 드러냈다. 온평리 주민 최순자 씨는 “신산리로 언론의 관심을 돌려놓고 온평리 주민들의 불만을 잠재우려는 의도가 있는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했다.

용역 조사를 진행한 김병종 한국항공대 교수는 “처음에는 후보지가 점으로 지정된 다음 공역, 기상, 환경성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공항 모양이 결정된다”며 “이 과정에서 처음 후보지로는 신산리가 지정됐지만 점이 면으로 커지면서 전체 면적에서 온평리가 차지하는 부분이 많아지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용역 과정에서는 신산리라는 지명보다는 공역이나 환경성 등 더 중요한 부분이 많기 때문에 지명 자체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면서 “앞으로도 ‘제주 2공항 후보지’ 정도의 이름으로 더 많이 불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