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분기 1조5000억원대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삼성엔지니어링은 2013년에도 1조원대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해외 저가 물량을 과도하게 수주하면서 수익성이 나빠진 것이다. 박기석 당시 대표이사는 실적 악화 및 울산 삼성정밀화학 내 신축 공사장 물탱크 파열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2013년 8월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급여 5억2400만원에 퇴직금 15억7900만원, 여기에다 상여금 4억6800만원까지 챙겼다. 나빠진 회사 경영 사정에 걸맞지 않은 처우였다는 비난도 일었다.

2013년은 건설업계가 잊고 싶어하는 '악몽' 같은 한 해로 기억된다. 해외 저가 수주가 '부메랑'으로 돌아오면서 대다수 대형 건설사의 실적이 크게 나빠졌다. 부동산시장 침체로 중견 건설사의 타격도 컸다. 당시 삼성물산(028260), SK건설, 대우건설(047040), 삼성엔지니어링 등 대형사 수장이 교체되기도 했다. 하지만 일부 건설사의 사주와 최고경영자(CEO)는 실적 악화에도 거액의 보수와 함께 상여금까지 챙겨 책임 경영과 거리가 먼 모습을 보였다.

일러스트=김연수

◆ 회사 어려워도 오너·CEO 보수·상여는 '푸짐'

한라는 2012년과 2013년에 각각 1965억원, 250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실적 악화 영향으로 2011년 말 7146만원이던 직원 1인당 평균 급여액은 2013년 말에는 6640만원으로 줄었다.

하지만 오너와 등기이사의 보수는 이와 별개였다. 2000억원 안팎의 적자가 2년 연속 이어졌지만, 등기이사 4명은 2012년에 총 26억6200만원의 보수를 받았고 2013년에는 등기이사 6명이 총 27억6700만원을 챙겼다.

특히 2013년에는 정몽원 한라 회장이 9억7580만원, 전문경영인인 정무현 한라건설 전 부회장이 7억3960만원을 받는 등 이들 2명이 전체 등기이사 보수의 60% 이상을 받아갔다. 전문경영인인 정무현 전 부회장의 보수에 퇴직금 4억9949만원이 포함된 금액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정 회장이 등기이사 전체 보수의 3분의 1 이상을 챙긴 셈이다.

KCC건설도 마찬가지. KCC건설은 2013년 51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정몽열 사장과 엄익동 대표는 각각 6억3000만원과 6억8300만원(퇴직금 포함)을 챙겼다. 정몽열 사장은 KCC그룹 정몽진 회장의 동생이다. 2013년 당시 등기이사 5명이 가져간 보수만 18억7900만원이다.

2012년 KCC건설이 88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을 때 등기이사 5명에게 지급한 금액이 18억2300만원이었는데, 회사가 적자로 돌아서도 이들의 보수는 오히려 늘었다.

KCC건설은 2014년에 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로 돌아서는 데 성공했다. 정 사장의 보수는 6억4100만원으로 1100만원 올랐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KCC건설은 12억원의 영업손실을 거둬 여전히 재무가 불안정한 상태다.

경남기업은 2013년과 2014년에 각각 2431억원, 2471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하지만 장해남 대표 등 등기이사 3명에게 지급한 보수는 2013년 2억6300만원에서 지난해 3억3600만원으로 오히려 늘었다. 이에 따라 등기이사 한 명당 보수도 1억3100만원에서 1억6800만원으로 높아졌다.

SK건설은 2013년 490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지만, 당시 최창원 부회장은 퇴직금 51억원과 급여 8억원을 합쳐 총 61억4700만원을 받았다. SK건설은 2013년 최 부회장을 포함한 등기이사 4명에게 70억9700만원을 보수로 지급했는데, 최 부회장이 등기이사 전체 보수의 86.6%를 가져간 것이다. 최 부회장은 그해에 전체 건설사 임원 중에서 가장 많은 보수를 받았다.

한라와 KCC건설, 경남기업, SK건설은 2013년과 2014년에 2년 연속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비율)이 1 미만을 밑돌았다.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것은 회사가 번 돈으로 이자도 못 갚는다는 말이다.

2012년에 345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대우건설은 2013년에 2446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1년 사이에 영업이익이 5900억원 넘게 줄었지만 2013년에 등기이사 4명이 챙긴 보수는 총 40억9800만원으로, 모두 10억원대 연봉을 챙겼다.

현대산업개발도 2013년에 147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은 그해에 15억6000만원을 보수로 챙겼다.

◆ CEO 보수 결정 과정 불투명

일부 건설사 CEO가 실적과 관계없이 높은 보수를 받는 것은 보수 결정 과정이 그만큼 불투명하다는 방증이다.

강정민 경제개혁연대 실행위원은 "지금의 임원 보수 공시제도로는 해당 임원의 성과·기여도와 보상의 상관관계를 확인하기 어렵다"며 "CEO와 임원의 보상에 관한 자료가 중요한 경영판단의 자료라는 사실을 회사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업은 특성상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3년은 지나야 성과 확인이 가능해 중장기적인 전망이 필요하다"며 "하지만 1년 마다 평가를 받아야 하는 CEO들은 당장 수주 실적을 많이 쌓을 수 있는 사업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