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사장단이 바이오 '열공'에 빠졌다.

삼성은 11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열린 수요사장단 회의에 권영근 연세대 생화학과 교수를 초빙해 '바이오산업의 전망과 미래 비전'에 대한 강연을 들었다.

권 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세계 의약품시장 규모는 매년 5% 성장해 2020년에 1조400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며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대형 의약품의 특허 만료가 가까워지면서 신약 파이프 라인 확보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국내 제약산업 시장규모는 19조원으로 세계 시장의 1.7% 수준"이라며 "국내에서 임상 실험이 많이 진행되고 있지만 제약 산업 규모는 국내 총생산의 1.5%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바이오 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전문 인력 육성과 정부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경쟁자와 시장 추이를 잘 지켜봐야 한다. 인구가 급증하고 있는 신흥국 시장 진출도 함께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약 개발에 소요되는 기간이 짧아지고 있지만 아직도 최소 10년은 소요된다"며 "혼자 다 할 수 없는 사업 분야로 개방형 혁신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 사장단이 바이오 분야 전문가를 초청해 강연을 들은 것은 올해 들어 벌써 세 번째다.

지난 3월 송기원 연세대 생명공학과 교수를 초청해 '생명과학과 인간의 미래' 특강을 들은 데 이어 4월엔 김대식 KAIST 교수를 초빙해 '뇌 과학과 인공지능의 기회와 리스크' 강연을 경청했다.

업계에서는 삼성 사장단이 바이오 공부에 매진하고 있는 것에 대해 삼성의 향후 사업 재편과 관계가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인천 송도에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연구실에서 연구원들이 바이오의약품 성분을 실험하고 있다.

삼성은 지난 4년 동안 약 1조2000억원을 바이오 사업에 투자하며 육성에 집중했다.

삼성의 바이오 사업은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맡고 있다. 바이오에피스는 의약 관련 연구개발(R&D)을, 바이오로직스는 의약품 위탁생산을 담당한다.

바이오에피스는 올해 말 또는 내년 초에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 '브렌시스'를 국내에 출시할 계획이다. 바이오에피스가 개발한 바이오시밀러 'SB2'와 'SB5'도 임상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다.

바이오에피스는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내년 상반기 미국 나스닥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바이오로직스는 이미 미국의 BMS와 스위스의 로슈 등 세계적인 바이오 기업과 계약을 체결했으며 내년 1분기 세계 최대 규모의 송도 2공장을 가동할 계획이다.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은 이날 강연 후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난치병이나 암, 관절염이 급증하고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바이오 산업도 성장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