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공기업이 아니면 답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답답했던 마음이 뻥 뚫리는 기분입니다."

9일 서울 코엑스(COEX)에서 열린 '2015 리딩코리아 잡 페스티벌' 행사장에서 만난 김성우(29·가명)씨는 환한 표정으로 말했다. 2012년 2월 서울의 명문 사립대를 졸업한 그는 3년 8개월째 '취업 준비생'으로 지내왔다고 했다. 대기업과 공기업 입사를 목표로 취업 준비를 해왔으나, 좁은 취업문은 아직까지 그에게 진입을 허용하지 않았다.

고전(苦戰)을 거듭하던 김씨가 눈길을 돌린 곳은 우수 중견·중소기업 일자리였다. 김씨는 이날 취업 박람회에 참여한 중견기업에서 면접 인터뷰를 한 뒤 "아무리 알짜 기업이라고 해도 중견·중소기업에 대해선 막연한 불안감이 있었는데, 직접 채용 담당자를 만나 이야기를 해보니 성장 잠재력이 크고 대우도 좋아 걱정이 많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9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2015 리딩 코리아 잡 페스티벌'행사에 참석한 취업 준비생은 5200명에 달했다. 행사 마감 시각인 오후 5시 이후까지도 줄을 서서 대기하다가 면접을 보지 못한 100여 명은 이후 회사로 찾아가 면접하기로 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이날 행사에는 중소기업청과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으로부터 글로벌 경쟁력과 미래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은 '월드클래스 300' 기업 59곳이 나왔다. 세계 최대 화장품 전문 생산 기업인 한국콜마, 구조설계 소프트웨어 시장 세계 1위인 마이다스아이티, 인공치아(임플란트) 시장 아시아 1위 오스템임플란트, 한국을 대표하는 소프트웨어 기업 한글과컴퓨터 등이다.

'월드클래스 300 기업 협회' 박정식 사무국장은 "오늘 행사에 참가한 기업은 모두 각 분야에서 '세계 1위' '아시아 1위' 타이틀을 줄줄이 달고 있다"며 "대한민국에서 찾을 수 있는 알짜배기 기업은 여기 다 모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했다.

복지 혜택도 대기업 못지않았다. 네트워크 보안업체 윈스는 대졸 초임 3000만원 이상, 연말 성과급, 대학원 학비 및 통신비 지원, 단체보험 등을 내걸었다. BMW와 아우디에 엔진 부품을 공급하는 국내 1위 엔진 부품 업체 동양피스톤은 연간 700%의 상여금과 휴가비, 통근버스, 자녀 학자금 지원 등을 제시했다.

이런 기업들이 채용에 나서자 점심 무렵부터 행사장은 면접을 보려는 구직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몇몇 기업은 100명 이상이 면접 대기표를 받아 들고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산업용 모바일 단말기 업체 블루버드의 김대익 팀장은 "이렇게 많은 구직자가 몰려들 줄은 몰랐다"면서 "해외 영업 위주로 5명 정도 뽑으려고 했는데 (면접자가 많아) 전형 과정이 복잡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펩시콜라·P&G·루프트한자 등 글로벌 기업에 제품을 공급하는 이 회사는 지난해 다기능(多技能) 모바일 단말기 시장에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한국콜마의 윤동한 회장은 이날 행사에서 직접 직원 채용에 나섰다. 기술 경쟁력이나 발전 가능성으로 보면 대기업보다 훨씬 뛰어난 중견·중소기업이 많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서다. 윤 회장은 "젊은이들이 급여나 대기업의 브랜드 가치만 생각해 직장을 찾다 보니 우수한 중견·중소기업은 인재를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일이 많다"면서 "오늘 같은 채용 박람회 행사가 이런 '잡 미스매칭(job-mismatching)'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하루 동안 행사장을 찾은 구직자는 5200명에 달했다. 지난해 4700명보다 10% 이상 늘어난 수치다. 행사 마감 시각인 오후 5시 이후까지 면접 대기줄에 서 있던 100여명의 구직자는 나중에 회사로 직접 찾아가 면접을 하기로 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이 행사를 준비한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정재훈 원장은 "채용 규모도 지난해의 424명보다 대폭 늘어난 600~800명 정도를 기대하고 있다"면서 "우수한 중견·중소기업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은 젊은이에게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