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아파트 분양 시장 광풍(狂風)으로 상승세를 타던 건설주가 하반기 들어 맥을 못 추고 있다. 일부 건설사가 해외 건설 사업에서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드러나자, 다른 건설사들도 부실을 숨기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호황을 누렸던 국내 주택 부문도 정부가 과열을 우려해 각종 규제안을 내놓고 있어 전망이 좋지 못하다. 미국의 금리 인상 시기가 점점 다가오는 것도 건설주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건설사 주가 하반기 약세

지난 몇 년간 건설사들의 주가는 부동산 시장 침체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런 상황은 올해 들어 반전됐다. 정부가 각종 부동산 규제를 풀면서 아파트 분양 시장이 살아나자, 건설사들의 주가도 강세를 보였다. 현대산업은 지난 7월까지만 해도 연초 대비 주가가 두 배 넘게 오른 상태였다. GS건설과, 현대건설, 대우건설, 대림산업 등 다른 대형 건설사들도 상반기 한때 30~50% 상승률을 기록했다. 건설주들을 모아 지수화한 건설업종지수도 지난 4월 16일 163.9를 기록, 연초 대비 38.1% 올랐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 건설사들의 주가는 하락하기 시작했다. 7월 1일부터 11월 3일까지 현대산업은 26.2% 떨어졌다. 포스코건설(-21.9%)과 현대건설(-13.9%), GS건설(-13.4%), 대림산업(-6.2%) 등도 크게 하락했다. 시공 능력 평가 순위로 10대 건설사 중 7월 이후 주가가 오른 곳은 대우건설(8.9%)뿐이다. 건설업종지수도 3일 129.6을 기록하며 같은 기간 10.9% 떨어졌다.

◇해외 사업 적자로 실적 불안 커져

최근 건설회사 주가 하락의 계기는 삼성엔지니어링의 '해외 사업 부실 털기'였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달 22일 공시를 통해 올해 3분기에 1조5127억원 영업적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3분기 영업적자 규모가 큰 것은 이 회사가 2012년 에 수주한 중동 사업에서 공기 지연과 추가 공사로 발생한 대규모 손실을 한꺼번에 반영했기 때문이다. 공시가 나오자 삼성엔지니어링의 주가는 3거래일 동안 36.5% 떨어졌다. 다른 건설업체 주가도 대부분 하락했다.

건설사들이 삼성엔지니어링처럼 현재 진행 중인 사업의 손실을 중간에 대거 반영하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GS건설은 2013년 1분기 실적을 집계하면서 그때까지 회계장부에 반영하지 않았던 손실을 한 번에 반영해 5443억원 영업적자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대우건설도 지난해 4분기 1조원이 넘는 부실을 한 번에 반영해 분식회계 의혹이 제기됐다.

이 때문에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8일 건설이나 조선 업종 기업들이 그동안 공개하지 않은 수주 사업별 공사 진행률과 미청구 공사 대금, 충당금 정보를 수시로 투자자들에게 공개하도록 하는 수주 산업 회계 투명성 제고 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상장 기업이 누적 적자를 한꺼번에 실적에 반영할 경우 어닝 쇼크(실적 충격)로 투자자들이 큰 손해를 볼 수 있으므로,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을 미리 공개하라는 것이다. 조윤호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건설회사들이 누적된 손실을 4분기에 반영할 것으로 예상돼 올해 전체 실적이 예상보다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국내 주택 시장 전망도 불투명

건설회사 실적의 버팀목 역할을 했던 국내 주택 시장도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금융 당국이 아파트 집단 대출에 대한 건전성 검사를 강화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8일 우리은행과 농협은행을 상대로 집단 대출 건전성 검사에 착수했다. 집단 대출이란 은행의 개별 심사 없이 건설사가 보증을 서고 아파트 계약자 전원에게 대출을 해주는 것이다. 집단 대출 건전성 검사가 강화되면 은행 대출 심사가 까다로워져 집단 대출 이자가 올라가고, 분양이 미뤄질 수 있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의 금리 인상과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 등 주택 시장의 예고된 위험 요소가 많다"며 "건설주 투자는 당분간 자제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