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에 출시된 애플의 신형 스마트폰 '아이폰6s'에는 새로운 기능이 탑재돼 있다. 화면 위에 지문을 '꾹' 찍는다는 생각으로 힘을 줘서 누르면 가볍게 화면을 터치할 때와 다른 기능이 실행된다. 예를 들어 아이폰 화면의 '카메라' 앱을 그냥 터치하면 촬영 기능이 실행되지만, 힘줘서 꾹 누르면 셀카 찍기, 비디오 녹화, 슬로모션(slow motion) 녹화, 사진 찍기 등 4개의 메뉴가 아래로 펼쳐진다. '비디오' 앱을 꾹 누르면 내부에 저장돼 있는 비디오 목록이 주르륵 나타난다. 굳이 앱에 들어가지 않고도 정확히 원하는 기능을 실행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런 방식은 애플뿐 아니라 삼성·화웨이·샤오미 등도 도입했거나 개발 중이다. 음성 인식에 이어 압력(壓力)으로도 스마트폰에 명령을 내리는 시대가 된 것이다.

손가락 압력으로 스마트폰 조작

기존에는 스마트폰 화면에 적용할 수 있는 동작은 두드리기(tap), 넘기기(swipe), 두 손가락으로 펼치고 좁히기(pinch) 등 평면적인 동작뿐이었다. 여기에 누르는 압력을 추가해 2차원이 아닌 3차원의 동작까지 인식하게 된 것이다.

애플의 새 기능 이름도 그래서 '3D(3차원) 터치'다. 이것도 살짝 힘을 줘서 눌렀을 때 내용을 미리 보여주는 기능을 '피크(peek)', 계속해서 깊이 눌렀을 때 콘텐츠를 실행하는 것을 '팝(pop)'으로 구분한다. 애플은 "손가락이 화면을 누르는 강도를 터치 센서가 인식해 차이를 읽어낸다"며 "손가락으로 누를 때 화면 겉의 강화유리와 그 밑에 있는 백라이트(backlight·화면 조명) 간 거리의 미세한 변화를 측정하는 것"이라고 원리를 설명했다.

삼성은 문자 입력에 중점을 둔 압력 터치 기술을 개발했다. 삼성전기가 작년 4월 특허 출원한 터치 기술이다. 예를 들어 화면에 나타난 자판을 약하게 터치하면 소문자 'a'가, 세게 누르면 대문자 'A'가 입력되는 식이다. 한글에서도 살짝 누르면 'ㄱ', 세게 누르면 'ㄲ'이 나온다. 대·소문자를 전환하는 버튼(CapsLock)이나 시프트(Shift) 키를 누를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또 아래쪽 화살표(↓)를 살짝 누르면 커서가 한 줄 내려가고, 세게 누르면 한 페이지가 넘어가는 식으로 다양한 적용이 가능하다. 삼성전기 측은 "PC용 키보드와 달리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 작은 화면에서 1~2개의 손가락으로 여러 개의 키를 동시에 누르는 것은 불편하다"며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터치 정도에 따라 하나의 키에서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는 기술을 개발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기술은 삼성전자의 갤럭시S7 등 차기 스마트폰에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업체도 재빠르게 기술 적용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도 재빨리 신기술 도입에 나서고 있다. 화웨이는 신제품 '메이트S'에 '스마트 프레셔(pressure) 센시티브(sensitive) 스크린'이란 기술을 적용했다. 말 그대로 압력에 민감한 스마트 화면이란 뜻이다. 예를 들어 사진을 볼 때 자세히 보고 싶은 부분을 힘줘서 누르면 해당 부분이 동그랗게 확대돼서 보인다. 과거엔 두 손가락을 벌려서 화면을 확대해야 했지만 이젠 한 손가락만으로 가능해진 것이다. 중국의 샤오미도 관련 특허를 출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스마트폰 업체들이 속속 '압력을 인식하는 화면'을 도입함에 따라 앱(응용 프로그램) 제작사도 발 빠르게 대응에 나서고 있다. 카카오가 운영하는 '다음' 앱이 먼저 아이폰의 '3D 터치' 기술을 적용했다. 아이폰에서 '다음' 앱을 꾹 누르면 '통합검색·음성검색·음악검색·코드검색' 등 4가지 단축 메뉴가 나타나 필요한 기능을 고를 수 있다. 네이버도 압력터치 기술 적용을 검토 중이다.

LG전자 휴대폰연구소장을 지낸 정옥현 서강대 교수(전자공학)는 "손가락 압력을 통해 이용자의 의도뿐 아니라 감정 상태까지 파악해 반영하는 시대가 다가왔다"며 "머지않아 스마트폰 화면에 나타난 사진 속 물체에 따라 꺼끌하거나 매끄럽고, 차갑고 뜨거운 촉감까지 전달하는 화면이 상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