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주가 상승세가 주춤하다. 지난 7월 12만3000원을 저점으로 꾸준히 상승해온 현대차 주가는 지난달 초 17만원 턱밑까지 올라왔으나, 다시 15만~16만원선을 횡보하고 있다.
현대차 주가가 다시 박스권 안에 갇히게 된 이유 중 하나는 3분기 실적이 기대치에 못 미쳤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3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8.8% 감소한 1조5039억원을 기록했다고 22일 공시했다. 이는 컨센서스(증권사 평균 전망치)보다 5% 낮은 금액으로, 일부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이를 두고 '어닝쇼크(예상보다 나쁜 실적)'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일부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목표주가를 내리기도 했다. 전재천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의 목표주가를 기존 20만원에서 19만3000원으로 내리며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상승하며(원화 약세) 주가가 7월 저점 대비 30% 가량 상승했으나, 원화 약세를 비롯한 호재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력이 약해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원화가 약세를 띠면 상대적으로 유로화와 일본 엔화 가치가 높아진다. 이들 통화는 완성차 업계에 있어 원화와 경쟁 관계에 놓여있다. 유로화가 강세를 띠면 국내에 수입되는 독일 등 유럽 브랜드 완성차 가격이 올라 내수 시장에서 현대·기아차의 점유율이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마찬가지로 엔화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띨 경우,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가격 경쟁력이 일본 브랜드인 도요타·혼다 등에 비해 강해지게 된다.
지난달 말에는 현대차가 중국 내수시장에서 현지 토종 업체에 추월당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졌다. 지난달 29일 중국 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1~9월 중국 내 자동차 판매량 순위에서 현대차와 베이징기차의 합작법인 베이징현대는 중국 창안자동차에 밀려 6위를 기록했다. 현대차가 중국 완성차 회사에 뒤처진 것은 지난 2009년 이후 6년만에 처음이다.
악재는 또 있다. 미 달러화에 대한 엔화 환율 상승(엔화 약세)이 지속되며 현대차그룹과 경쟁 관계에 놓여있는 일본 완성차 업체들이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달 27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현지 언론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도요타와 닛산 등 일본의 주요 완성차 업체 7개의 영업이익 합이 2조5000억엔을 넘을 전망이다. 이는 사상 최고 기록으로, 엔화 약세가 계속되자 수출량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자동차·증권 업계 관계자들은 분석한다.
증시 전문가들은 일본 정부가 3조엔 이상의 추경 편성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짐에 따라 엔화 약세 흐름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실적 악화와 엔화 약세, 겹악재를 만난 자동차주가 다시 박스권을 뚫고 반등에 성공하기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좀 더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도 현대차의 4분기 실적은 신차 출시 효과 등에 힘입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