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가계대출 축소…구조조정은 '시장안전판 역할' 전반적 업무는 유암코 이관

정책금융기관인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이 기업 육성 전담은행으로 탈바꿈한다. 기업은행은 창업 초기, 성장 초기 기업을 지원하고 산업은행은 대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중견기업, 예비중견기업을 지원하게 된다.

산업은행은 기존에 시중은행들과 경쟁했던 개인여신 사업부문은 점진적으로 축소한다. 기업구조조정의 경우 일시적인 유동성 애로 기업에 대한 시장안전판 기능만 수행하고 전반적인 업무는 유암코(연합자산관리) 등 시장에 맡길 계획이다.

금융위원회는 1일 이 같은 내용의 '기업은행·산업은행 역할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손병두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정책금융은 기업 창업과 성장 촉진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 "정부 보증으로 시중은행과 경쟁 안 돼"…기은은 창업 초기, 산은은 중견기업 지원

금융위는 지난 4월 학계, 연구원, 정책금융기관, 업계, 기업 등과 공동으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정책금융 역할 강화에 대해 논의했다. 대우조선해양대규모 부실 사태로 인해 논란이 커진 측면이 있지만, 이와 별개로 정책금융의 역할에 대해 고민해왔다는 것이 금융위의 설명이다.

산업은행, 기업은행은 국책은행이다 보니 시중은행에 비해 자금조달 비용이 저렴하다. 이 때문에 정부를 등에 업고 상대적으로 유리한 조건에서 시중은행과 경쟁하는 것이 맞느냐는 지적이 있었다.

기업은행은 2014년 말 기준 점포 수가 619개로 2004년(395개)에 비해 56.7%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일반은행들은 점포수가 4980개에서 5389개로 8.2% 늘어나는데 그쳤다. 산업은행은 지난 2008년 민영화 추진 과정에서 개인 여신 사업에 뛰어들며 2014년 말 기준 3조4000억원의 가계대출을 보유 중이다.

금융위는 산업은행의 외형 확장을 제어할 방침이다. 주택담보대출 등 개인 여신은 점진적으로 축소하고 영업점도 줄여나가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두 은행의 역할도 분명히 구분된다. 기업은행은 창업 및 성장초기 기업을 지원하는데 주력하게 된다. 2014년 기준 창업 및 성장초기기업 지원액은 9조1000억원이었는데 2018년까지 15조원으로 늘릴 예정이다. 기업은행의 중소기업 육성 정책이 단순 대출 위주였다고 판단하고 투자도 늘리도록 유도키로 했다. 엔젤투자자, 벤처캐피탈과 협업해 현재 0.6%인 투자 비중을 늘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기업은행은 투자금융팀을 신설했다.

산업은행은 대기업 위주에서 중견기업 및 예비중견기업을 육성하는 은행으로 탈바꿈한다. 2014년 중견 및 예비중견기업을 대상으로 한 여신 및 투자액은 21조6000억원이었는데 2018년 연간 30조원 규모로 늘릴 계획이다. 30조원에 이르게 되면 전체 여신 및 투자 중 중견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으로 늘어난다. 중견기업 지원은 투자가 아닌 대출 중심으로 진행된다.

◆ 구조조정 업무 점진적 이관…"시장안전판 기능만 수행"

기업구조조정은 민간 주도로 이뤄진다. 정부는 앞서 유암코를 통해 민간 주도의 구조조정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유암코는 자기자본 7000억원, 대출약정 2조원, 회사채 1조5000억원 등 4조2000억원을 기반으로 사모펀드(PEF)를 설립, 총 28조원 규모로 구조조정 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물론 당장 산업은행, 기업은행이 구조조정에서 손을 떼는 것은 아니다. 두 은행은 2014년말 기준 총 234조6000억원의 대출을 기업에 공급하고 있다. 특히 조선과 해운, 건설, 석유화학, 철강, 자동차 등 경기에 민감한 중후장대 산업에 55조4000억원을 공급 중이다.

손병두 국장은 "현실적으로 산업은행이 당장 구조조정시장에서 빠질 수는 없다"면서 "특히 일시적으로 유동성이 악화된 기업에 대한 시장안전판 기능은 오히려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 국장은 이어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은 경기민감 기업에 대해 선제적이고 체계적인 관리를 실시하고, 철저한 관리를 기초로 회수 가능성을 높이는 작업에 주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수익성이 악화되는 기업은 선제적으로 파악해 신속히 구조조정을 해야 할 것"이라며 "살릴 수 없는 기업이라고 판단되면 서둘러 회수한 뒤 그 자금을 미래성장동력 기업에 투입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