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급격히 날씨가 춥고 건조해지자, 직장인 A 씨는 작년 이맘때 머리가 가려워 긁다가 피부과에서 건선 진단을 받았던 때를 떠올렸다. 검정 양복 상의를 입으면 어깨에 흰 각질 덩어리 같은 것이 뒤덮였다. 시중에 파는 두피용 샴푸부터 인터넷에 나와 있는 비듬 없애는 방법들을 이것저것 따라 해 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심지어 증상이 목이나 귀까지 나타나는 바람에 뒤늦게 피부과를 찾았고, '두피 건선'이라는 진단을 받기에 이르렀다.

이렇듯, 직장인 A 씨와 같이 민간요법이나 인터넷상에 잘못된 정보만 믿고 'Self 진료'를 하다가 건선 증상을 더욱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건선은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 후 정확한 진단과 올바른 치료가 필요한 '피부 질환'이다. 건선은 피부에 좁쌀같이 붉을 색을 띠는 발진이 생기고, 그 위에 하얀 피부 각질 세포가 덮이게 되는 비전염성인 만성 피부질환이다. 건선은 두피에만 나타나는 경우도 많지만, 머리를 넘어 목 뒤나 귀 근처까지 병변이 확대되기도 하고, 무릎, 팔꿈치에서 시작해 그 주위로 병변이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건선은 악화와 호전이 반복되는 경우가 많고 방심하면 재발할 수 있으므로 올바른 관리와 치료법을 익혀 꾸준히 관리해야한다.

건선은 전 세계적으로 약 3%의 유병률을 보이는데, 우리나라는 이보다는 낮은 0.5%~1% 정도의 유병률을 보여 25만~50만 정도의 건선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2014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건선으로 치료를 받은 환자 수는 16만 5118명에 불과해, 전체 환자의 1/4에서 1/2만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아직도 많은 환자가 질환에 대한 인식이 매우 낮아 증상이 나타나도 대처를 잘 못 하거나, 병원 진료에 대한 거부감을 느끼고 있어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고 있어 문제다.

여기에 건선은 사회적, 정서적인 고통도 같이 수반된다. 피부질환이다 보니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으로 인해 외출하는 것을 꺼리거나 목욕탕을 가지 못하는 등 사회생활에 문제를 겪는 것이다. 특히, 건선은 전염성 피부 질환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병변의 형태 및 모양 때문에 건선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형성돼 건선 환자들이 사회적으로 고립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또한, 여러 연구에서 건선 환자들의 20%는 건선이 직장에서의 관계나 업무 수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느끼고 있으며 일부는 직업을 구하는데도 지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건선은 사회활동이 가장 활발한 20~30대에 주로 발병하기 때문에 경제적인 부분에서도 타격을 주는 질환이라 할 수 있다.

질병 자체로도 힘든 건선 환자들에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당뇨병이나 고혈압, 고지혈증 등 대사증후군에 관련된 질환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해외에서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건선 환자의 당뇨병 비율이 일반인보다 1.38배 높으며, 각종 대사증후군 관련 질환의 위험도 1.65배 정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대사증후군은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건선 환자는 대사증후군 관련 질환을 조기에 발견하고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그렇다면 어떤 요인에 의해 건선에 걸리는 것일까? 아직 건선의 뚜렷한 발병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우리 몸의 면역 세포 중 T세포가 건선의 원인에 주로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T면역 세포가 활성화되면 여러 가지 면역 물질들이 함께 분비 및 활성화되면서 피부 각질 형성 세포를 자극하는데, 피부 각질 형성 세포가 빠르게 증식함으로써 비듬과 같은 비정상적인 각질이 겹겹이 쌓여 건선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선 치료와 관리에서 있어 중요한 것으로 꼽히는 것이 바로 '순응도'이다. 순응도는 환자가 처방받은 약물을 얼마나 지속해서 잘 사용하는가를 나타내는 정도를 말한다. 실제 국소도포제를 처방받은 건선 환자의 치료 지속률을 조사한 결과에서 10명 중 6명은 치료 시작 2개월 만에 치료를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선 환자의 순응도가 낮은 이유는 병원 치료를 받은 건선 환자가 어느 정도 증상이 호전되면 병이 다 나은 것으로 판단하고, 이전보다 치료와 관리를 소홀히 하거나 귀찮아서 치료를 게을리하기 때문이다.

대한건선학회 송해준 회장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피부과 교수)는 "순응도는 마치 마라톤을 달리는 것과 같다. 마라톤을 중간에 포기하면 완주가 어려워지는 것처럼, 건선 치료도 중간에 포기하면 증상은 더욱 악화하고 정상적인 상태로 복구하는 데 더욱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건선으로 의심되는 증상을 겪고 있다면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초기에 올바른 치료를 받는 것을 권장한다"고 강조했다.

10월 29일은 세계 건선의 날이다. 대한건선학회는 세계 건선의 날을 맞아 올해로 4회째 진행되는 '건선 바르게 알기 캠페인'의 일환으로, 11월 1일(일요일, 오전 10시) The-K 호텔 서울에서 '힐링 워크 데이'를 개최한다. 힐링 워크 데이는 건선 환자들과 가족, 학회 소속 의료진들이 함께 참여하는 '힐링 걷기', '힐링 토크'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들로 구성되며, 이를 통해 건선 질환에 대해 올바른 치료법, 생활 수칙에 대해 고민을 나누고 공감하는 자리가 마련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