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양대(兩大) 자동차 시장인 미국과 중국에서 현대차의 실적이 엇갈리고 있다. 미국에서는 진출 29년 만에 누적 판매 1000만대를 돌파하며 선전(善戰)하는 반면 중국에서는 올 들어 지난달까지 판매 실적이 중국 토종 업체에도 뒤지며 5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조철 산업연구원(KIET) 주력산업연구실장은 "두 나라는 현대차가 하나라도 소홀히 할 수 없는 핵심 전략 시장"이라며 "중국 시장에서는 급성장하는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신차(新車)를 보강하고 가격 인하 같은 공격적인 마케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 9번째'미국 1000만대 클럽'

현대자동차는 29일 "1986년 미국 시장에 진출한 지 29년 만에 1000만대 판매를 돌파했다"고 29일 밝혔다. 브랜드별 판매 종합 집계가 시작된 1960년 이래 미국 시장에서 누적 1000만대 판매를 달성한 자동차 메이커는 '빅3'(GM, 포드, 크라이슬러)와 독일 폴크스바겐, 일본 도요타, 혼다, 닛산, 마쓰다 등 8곳이다. 현대차는 9번째로 '1000만대 클럽'에 가입했다.

현대차는 미국 진출 4년 만인 1990년 100만대 판매를 달성했고 2007년 500만대, 지난해 900만대에 이어 올해 1000만대를 돌파했다. 특히 앨라배마 공장이 준공된 2005년 이후부터 연평균 6%대의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 왔다. 앨라배마 공장은 미국에서 팔리는 현대자동차 물량의 56% 정도를 생산한다.

올해에도 현대차의 미국 판매 실적은 양호하다. 9월까지 57만8190대를 팔아 1년 전 대비 3.7% 정도 늘었다. 현대·기아차를 합산하면 전년 동기 대비 판매 증가율은 5.2%이다. '아킬레스건'이던 고급 차 시장에서도 약진하고 있다. 제네시스 등 고급 차 판매 비중은 2008년 1%대에서 지난달 3.7%가 됐다. SUV인 싼타페는 2012년 이후 매년 20%씩 판매가 늘고 있다. 넘어야 할 과제도 많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기아차가 8% 전후인 지금의 점유율을 뛰어넘으려면 미국인이 선호하는 픽업 같은 경(輕)트럭 시장에 적극 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토종 차에 밀려 苦戰

중국에서는 올 들어 고전이 계속되고 있다. 본지가 중국자동차공업협회 자료를 분석한 결과 베이징현대(北京現代)는 올 들어 9월까지 판매 실적에서 토종 기업인 창안자동차(長安汽車)에 밀려 6위를 차지했다. 베이징현대는 지난해 이치(一氣)폴크스바겐, 상하이폴크스바겐, 상하이GM, 상하이GM우링(五菱) 등에 이어 5위였다. 하지만 올해 1~9월에는 72만4643대 판매에 그쳐 작년 6위였던 창안자동차(84만1729대)에 5위 자리를 내줬다. 지난해 10위였던 기아차의 중국합자사 둥펑위에다기아(東風悅達起亞)도 12위로 떨어졌다. 그 사이에 중국 토종 업체인 창청자동차(長城汽車)가 9위로 10위권 안에 진입했다.

현대·기아차가 중국 시장에서 부진한 원인은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현대차 신형 투싼의 중국 내 판매 가격은 15만위안(약 2700만원) 정도로 중국 토종 업체 SUV(6만~7만위안)의 2배가 넘는다. 중국 토종 업체 제품의 품질이 급속도로 향상되는 것도 위협 요인이다. 시장 조사 기관 'JD파워'에 따르면 판매 석 달 이후 중국 토종 차 100대에서 발생하는 문제 발생 건수는 2000년 834건에서 2013년 155건으로 하락했다.

송선재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현대차는 중국 시장에서 수익률과 점유율이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 하지 말고 하나에 집중해야 한다"며 "공격적인 신차 출시와 가격 인하로 중국 시장 부진을 돌파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