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아이폰6S 시리즈가 출시된 지난달 25일 호주 시드니의 한 애플스토어 앞에 길게 줄을 선 구매객들 사이에 바퀴가 달린 로봇이 등장했다. 루시 켈리라는 아이폰 마니아가 출근하느라 줄을 설 수 없자, 로봇을 동원한 것이다. 브라질에 사는 빅토르 피파니오씨는 아예 호주로 건너와 열흘간 줄을 선 끝에 아이폰6S를 구입했다. 호주가 아이폰S6 출시국 중 가장 동쪽에 있어 시간상으로 제일 빨리 아이폰을 살 수 있다는 이유였다.
이들처럼 '아이폰 마니아'라 불리는 전 세계 충성 고객들과 극도의 단순함과 편의성을 구현한 감성적인 디자인,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는 명품 전략이 또 한 번 애플의 사상 최대 실적을 만들어냈다.
27일(현지 시각) 애플은 3분기 실적으로 역대 최고인 매출 515억달러(약 58조원), 순이익 111억달러(약 12조6000억원)의 실적을 발표했다. 지난해 3분기보다 매출은 22%, 순이익은 31% 증가한 수치다. 전 업종을 통틀어 전 세계 모든 기업 가운데 이 정도 분기 이익을 올린 기업은 애플밖에 없다. 전 세계 주요 스마트폰 메이커들이 급속한 시장 포화 탓에 뒷걸음질하고 있지만 애플만 나 홀로 성장을 구가하며 경이로운 질주를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모든 IT 기기는 출시된 지 수년이 지나면 범용화의 운명을 피할 수 없다. 값싼 아류 제품들이 쏟아져나오면서 초기 시장을 독점하던 브랜드는 수익성이 떨어져 후속 주자들에게 밀려나기 마련이다. 애플의 아이폰은 이런 상식을 거부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애플처럼 덩치가 커진 기업이 지금과 같은 성장세를 유지한다는 것은 매우 드문 현상"이라고 말했다.
IT 업계가 특히 놀라는 것은 출시 8년이 지나도 꺾일 줄 모르는 아이폰의 성장세다. 애플 매출의 63%를 차지하는 아이폰은 올해 3분기에 총 4804만대가 팔렸다. 역시 3분기 기준으로는 사상 최대다. 2007년 처음 출시된 아이폰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전년 동기 대비 분기 판매량이 꺾인 적이 없다. 3분기 기준으로 2007년 119만대였던 판매량은 2010년 1000만대, 2012년 2000만대, 2013년 3000만대를 돌파한 데 이어, 올 3분기엔 4000만대마저 돌파했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은 이미 정체기에 접어들었다. 300달러 이상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마이너스 성장이 시작됐다. 삼성전자와 LG전자, HTC, 소니 등 프리미엄 스마트폰 메이커들은 모두 매출과 판매량이 감소하고 있다. 애플의 아이폰은 그러나 오히려 판매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다. 8년 전 6.5초마다 한 대씩 팔렸던 아이폰은 지금은 0.16초면 한 대가 팔리고 있다.
소비자들은 왜 아이폰에 열광할까. 핵심적인 이유는 스마트폰은 아무나 만들 수 있지만, 아이폰은 애플만 만들기 때문이다. 2007년 아이폰 하나뿐이던 스마트폰 브랜드는 지금은 1300개가 넘는다. 구글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공짜로 개방하면서, 삼성전자 같은 기업뿐 아니라 중국·인도, 심지어 아프리카 업체들도 스마트폰을 만드는 시대가 됐다. 스마트폰 시장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로 가동되는 엇비슷한 제품들이 범람하게 된 것이다. 아이폰만은 예외다. 'iOS'라는 독자적인 운영체제와 100만개가 넘는 애플리케이션 생태계를 바탕으로 대체 불가능한 '오리지널'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다른 브랜드들과 달리 아이폰의 가격은 오히려 상승하고 있다. 이번 3분기 아이폰의 평균 판매가격은 670달러로, 지난해 3분기의 603달러에 비해 크게 올랐다. 전체 프리미엄 시장의 평균 판매가격은 500달러대에 머물고 있다. 아이폰은 비쌀수록 더 잘 팔리는 명품의 특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아이폰의 브랜드 파워는 특히 급속히 형성되고 있는 중국의 부유층과 중산층들에게 제대로 먹혀들었다. 과시욕이 강한 중국 소비자들 사이에선 아이폰을 소유하는 것이 곧 남들과 다른 사회적 지위를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달 출시된 애플 아이폰6S의 일부 모델은 500만원대에 암거래되기도 했다는 보도가 나올 정도다. 젊은층에선 애인에게 아이폰을 사주지 못하면 무능한 남성으로 몰리는 분위기마저 생겨났다고 한다. 실제로 애플의 중국 매출은 이번 3분기에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99% 증가했다. 팀 쿡 CEO는 "이번 3분기 아이폰을 구입한 소비자들 중 약 30%는 이전까지 안드로이드폰을 사용해왔던 사람들"이라며 "아이폰으로 전향자가 이처럼 많았던 적이 없었다"고 밝혔다.
국내 스마트폰 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부품 하나하나를 뜯어놓고 보면 아이폰이나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스마트폰은 크게 다를 게 없다"고 말했다. 대부분 같은 부품업체 제품을 쓴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예컨대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보면 아이폰 쪽이 뭔가 사람을 끄는 게 있다"며 "같은 하드웨어를 써도 그 결과를 달리 만드는 소프트웨어 경쟁력이 아이폰 마니아를 양산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입력 2015.10.29.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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