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올 7월부터 조선소가 있는 경남 거제로 내려가면 비서가 운전하는 국산 경차를 이용합니다. 올해 수조원대의 손실이 발생하자 비용 절감 차원에서 국산 고급 세단 에쿠스를 모닝으로 바꾼 겁니다. 거제에 근무하는 임원 50여명도 중·대형 자동차를 모두 경차로 바꿨죠. 서울 중구 본사에서 일하는 10여명의 임원만 해외 선주 영접 용도로 중·대형차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대우조선해양은 본사 13층에 있던 별도 임원실도 없애고 상무급 임원은 자신이 관할하는 부서에서 근무토록 했습니다. 컬러 프린터 사용을 자제하고 문서 출력 없이 이메일로 보고하라는 지시도 떨어졌습니다. 일부에선 "불필요한 쇼를 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을 표시합니다. 하지만 이런 목소리는 "회사가 창사 이래 최대 위기인데, 한 푼이라도 줄이는 게 당연하다"는 명분 앞에 힘을 잃고 있습니다.
올해 대규모 적자가 예상되는 다른 조선기업도 비슷합니다. 현대중공업은 권오갑 사장을 비롯한 전 임원이 항공편을 이용할 때 비즈니스석 대신 이코노미석을 타며 복지 차원에서 운영하던 대리운전비 지원 제도는 폐지했습니다.
실적은 괜찮은데도 미리 허리띠를 졸라매는 기업도 있습니다.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이 기대되는 SK하이닉스는 최고경영진이 최근 "올해 예산안을 참고하지 말고 '제로 베이스'에서 내년 예산안을 수립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합니다. 올 3분기에 7조원대의 영업이익을 낸 삼성전자도 해외 출장 자제, 휴가 사용 확대 같은 비용 절감 프로그램을 가동 중입니다.
상당수 기업이 '마른 수건 다시 짜기'식 비용 절감에 나서면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곳은 대기업 지방 사업장 인근 식당가입니다. 손님이 없어 죽을 맛이라고 합니다. 하루빨리 경기가 좋아져 다시 활기가 넘치길 고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