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 '세계 1위' 자리를 굳히기 위해 중국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섰다. LG화학은 27일 중국 난징(南京)시에서 '난징 전기차 배터리 공장 준공식'을 열고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 내 생산 기지를 완성했다. LG화학은 이번 중국 전기차 배터리 공장 준공으로 '오창(한국)-홀랜드(미국)-난징(중국)'으로 이어지는 글로벌 3각(角) 생산체제를 구축해 세계 최대 생산능력(한번 충전으로 320km 이상 주행이 가능한 전기차 기준 연간 18만대 생산)을 갖췄다.

"전기차 100만대분 이상 물량 확보"

이번에 준공된 LG화학 배터리 공장은 축구장 3배 이상 크기인 2만5000㎡ 면적에 지상 3층으로 건설됐다. 연간 고성능 순수 전기차 5만대 이상, PHEV(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 기준으로는 18만대 이상에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는 생산능력을 완비했다. 여기에다 2020년까지 단계적인 투자를 통해 생산 규모를 현재보다 4배 이상 늘려 고(高)성능 순수 전기차 20만대 이상(PHEV 기준 70만대)에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권영수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사장)은 "현재 수백억원 규모인 중국 전기차 배터리 매출을 2020년까지 연간 1조5000억원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25%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27일 중국 난징시에서 열린 LG화학 전기차 배터리 공장 준공식에서 참석자들이 준공을 알리는 버튼을 누르고 있다. 왼쪽부터 장정진 난징개발구 서기, 류이안 난징시 상무부시장, 장레이 장쑤성 부성장, 구본무 LG 회장, 김장수 주중 대사, 구본준 LG전자 부회장, 장진둥 쑤닝 회장.

이 공장은 이미 안정적인 수요 물량도 확보했다. 중국 완성차 회사 1위인 상하이자동차를 비롯해 2위인 둥펑(東風), 3위인 제일 등 '중국 10대 자동차 회사' 중 절반 이상이 LG화학의 고객사다. LG화학 관계자는 "2016년 이후 현지에서 생산 공급해야 할 물량 100만대분 이상을 이미 확보했다"고 말했다.

구본무 회장의 24년 뚝심과 끈기 結實

LG그룹의 배터리사업은 1991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그룹 부회장이었던 구본무 회장이 출장길에 영국 원자력연구원(AEA)에 들렀다가, 반복 사용이 가능한 2차 전지 샘플을 직접 가져와 개발하도록 지시하면서 시작됐다. 가시적인 성과는 쉽게 나타나지 않았다. 2005년 이 사업분야에서만 2000억원에 가까운 적자를 기록하자 그룹 안팎에서 '사업을 접어야 한다'는 의견이 쏟아졌다. 이때 구 회장은 "끈질기게 하면 반드시 성과가 나올 것"이라며 임직원들을 다독이며 뚝심 있게 밀어붙였다.

특히 R&D(기술개발) 분야에 역량을 집중해 공간활용도를 높인 '스택 앤드 폴딩(stack & folding·쌓고 접기)' 제조 기술을 개발했다. 또 배터리 셀을 단단한 알루미늄 캔이 아닌 파우치에 담아 차량 디자인에 맞춰 쉽게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을 선보였다. 이런 노력 끝에 LG화학은 2013년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네비건트리서치'의 세계 전기차 배터리 기업 평가에서 1위에 올랐다.

이날 난징 배터리 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구 회장은 행사 시작 1시간 전에 미리 도착해 주요 고객회사 관계자들과 일일이 인사하며 중국 공장을 세계 1위 기업의 전진(前進)기지로 삼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중국 시장 공략으로 세계 1위 정조준

LG화학이 중국 시장 공략에 공을 쏟는 것은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무게 중심이 미국에서 중국으로 빠르게 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 정보제공업체 '인사이드Evs'의 분석에 따르면 올 들어 4월까지 중국의 전기차 판매량은 3만4400대로 미국(3만2433대)을 추월했다. 특히 작년 같은 기간보다 중국의 전기차 판매량은 3배 정도 늘어난 반면, 미국은 2.7% 증가에 그쳐 격차가 더 벌어질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인 IHS는 "2020년까지 중국 전기차 시장 규모가 6배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곽진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시장 급성장과 더불어 최근 폴크스바겐의 디젤 게이트 등으로 전기차 시장이 각광받으면서 기술력과 함께 많은 고객회사를 보유한 LG화학이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