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한국야쿠르트 중앙연구소 연구진은 5년간의 연구 끝에 요구르트 제품 하나를 시장에 내놨다. 위(胃) 건강 발효유를 표방한 '윌'이다. 당시 국내에는 "유산균이 들어간 요구르트는 변비에 좋다"는 상식은 많이 퍼져 있었다. 윌은 "위장에 좋은 유산균도 있다"는 인식을 퍼뜨린 첫 번째 요구르트였다. 윌은 이후 '기능성 요구르트' 춘추전국시대의 서막을 연 제품으로 통한다.

윌은 한국야쿠르트가 "위암·위염의 제1원인균이 헬리코박터균"이라는 사실에 착안해, 이 균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유산균을 개발하면서 탄생했다. 투자 개발비에 들어간 돈은 30억원. 발효유 시장에는 혁신을 가져왔고, 한국야쿠르트에는 '대박'을 안겨다 주었다. 여러 해 동안 연 매출이 4000억원대에 머물러 있던 한국야쿠르트는 윌의 탄생과 함께 매년 1000억원씩 매출이 뛰었고 최근에는 1조원대 기업으로 우뚝 성장했다. 한국야쿠르트는 윌의 성공을 계기로 연구·개발에 더욱 집중하는 건강식품 전문 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위염·위암 발병균인 헬리코박터균을 처음 발견한 호주의 배리 마셜 박사. 한국야쿠르트는 헬리코박터균을 억제하는 유산균이 함유된 '윌'을 출시한 직후인 2001년부터 마셜 박사를 광고 모델로 내세웠다. 2005년 그가 노벨상을 받자, 윌 판매는 급증했다. 이는 한국야쿠르트가 비약적인 발전을 한 계기가 됐다.

드라마 같은 성공 스토리

2001년부터 한국야쿠르트의 광고 모델로 등장해 '헬리코박터 프로젝트'를 열변했던 배리 마셜(64·Barry J Marshall) 박사는 원래 잘 알려진 인물이 아니었다. 한국야쿠르트는 헬리코박터균의 유해성을 알리기 위해 1983년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을 처음 발견한 호주 의사 마셜 박사를 모델로 섭외했다. 그런데 2005년, 윌의 간판 광고 모델이 된 그가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되는 일이 생겼다.

이로써 '노벨상 발효유'라는 별칭을 얻은 윌은 날개를 달았다. 53만개이던 하루 판매량이 10만개 더 늘어난 63만개로 늘었다. 그해 7월 누적판매량이 10억개를 돌파했고, 출시 4년여 만에 1000원짜리 단일 제품으로 1조원 매출을 달성하는 기록도 세웠다. 15년간 팔린 윌은 총 32억병으로 3조5900억원(9월 기준)에 달한다. 지금도 1초에 7개씩 팔리고 있다.

헬리코박터균의 천적

한국인 50%, 성인의 70%가 보유하고 있다고 알려진 위암 발병균인 헬리코박터균의 확대 이미지. 한국야쿠르트가 윌을 출시하면서 함께 유명해졌다.

윌 덕분에 함께 유명해진 '헬리코박터균'은 2000년 당시 한국인의 50% 이상이 보균자인 1급 발암 요인이었다. 위장 점막에 서식하는 0.4~1.2㎛ 크기의 나선(螺旋) 모양의 균으로, 위 점막의 점액층에 붙어살며 독소를 배출하고 위세포를 훼손해 위염, 위·십이지장궤양, 위암 등을 유발한다.

윌에는 한국야쿠르트가 자체 개발한 200여개 유산균 중 헬리코박터균 증식과 위벽 부착을 억제하는 효과가 가장 뛰어난 유산균이 들어 있다. 한국야쿠르트가 2000년 4주간의 임상시험을 한 결과 윌을 마신 보균자 86%의 헬리코박터균이 줄었고, 3명은 완전히 사라졌다.

윌에는 특허 유산균 외에도 헬리코박터균 항체가 들어 있는 면역 난황(계란 노른자)과 비슷한 억제력을 가진 차조기 진액 성분도 첨가돼 있다. 장 기능 개선, 비피더스 생장 촉진, 혈청 콜레스테롤 저하 등의 효과가 있는 치커리 식이섬유와 필수영양소도 들어 있다.

30~40대를 발효유 주요 소비자로 끌어들여

윌은 발효유의 저변을 확대했다. 그전까지 발효유는 어린이용이라는 인식을 가진 사람이 많았으나, 윌은 30~40대 직장인의 인기도 얻었다. 윌이 인기를 끌자 기능성 발효유 시장은 급팽창했다. 남양유업의 '위력', 매일유업의 '구트' 같은 제품들이 2001년 출시돼 경쟁을 벌였다.

한국야쿠르트도 윌의 성공을 계기로 신제품 연구와 개발에 더 투자를 하기 시작했다. 한국야쿠르트는 2004년엔 간에 좋은 효과를 내는 것을 표방하는 발효유인 '쿠퍼스'를 내놓았다. 2009년에 리뉴얼한 쿠퍼스는 헛개나무 열매 추출 분말을 담아 알코올성 간 손상을 막는 효능이 추가돼 식약처로부터 '건강기능식품'으로 인증을 받았다. 쿠퍼스는 단순 식품이었던 '요구르트'를 의학적 효능이 있는 기능 식품으로 진화시켰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한국야쿠르트는 최근엔 '프로바이오틱스(몸에 들어가 건강에 좋은 효과를 주는 살아 있는 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이정열 한국야쿠르트 마케팅 이사는 "윌의 성공을 계기로 한국야쿠르트는 유산균·바이오 연구에 연간 260억여원을 쓰는 회사가 됐다"며 "연령대별 소비자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건강한 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