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엔지니어링이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어닝 쇼크(예상보다 부진한 실적)'를 기록했다고 밝힌 지난 22일 삼성엔지니어링의 주가는 전날 3만1900원보다 약 18.8% 하락한 2만5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다음날에도 19.88% 하락했고, 26일에도 2만250원을 기록하며 연일 내림세를 이어갔다.
삼성엔지니어링 어닝쇼크는 주가하락으로 끝나지 않았다. 신용평가기관들이 잇달아 삼성엔지니어링의 신용등급을 강등하면서 '상장 폐지'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삼성엔지니어링이 밝힌 유상증자 대책이 실패할 경우 사실상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이 회사가 회생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전망한다.
◆ 어닝 쇼크로 추락하는 주가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 22일 올해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액은 856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1.2% 감소했다. 영업손실은 1조5127억원을 기록해 8분기 만에 적자 전환했다고 밝혔다. 당기 순손실은 1조3342억원을 기록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샤이바와 얀부 발전, 아랍에미리트(UAE) CBDC 정유 등 3개 프로젝트에서 총 1조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이라크 바드라 가스 프로젝트와 사우디아라비아 마덴 알루미늄 프로젝트에서도 각각 1200억원과 140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는 "3분기 실적 부진은 중동 정세 불안과 저유가로 인해 발주처 상황이 어려워져 사업이 지연됐고 추가 공사가 늘어나 원가가 상승했기 때문에 발생했다"고 밝혔다.
어닝 쇼크는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다. 실적 발표 당일 삼성엔지니어링의 주가는 18.8% 하락했고 다음날엔 또 19.9% 추가 하락했다. 하락세는 4일 연속 이어졌고 26일 주가는 2만250원을 기록하며 2005년 10월 말 이후 10년 만에 최저수준에 머물렀다.
증권사들은 혹평을 쏟아냈다.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를 하향조정한 증권사가 있는가 하면, 분석 대상에서 아예 제외한 증권사도 있었다.
강승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유상증자가 주식 가치를 희석시켜 주가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해 투자의견을 하향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박용희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자본 잠식과 불확실한 유상증자 규모로 주주가치 산정이 어려워 분석 종목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 잇따른 신용등급 강등...상장폐지 가능성도 있어
삼성엔지니어링의 실적 부진은 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졌다.
나이스(NICE) 신용평가는 지난 22일 삼성엔지니어링이 완전 자본잠식 상태가 됐다며, 장기 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낮췄다. 나이스 신용평가는 "삼성 엔지니어링이 3분기 영업 손실로 인해 자기자본이 -3746억원이 됐다"며 "자본잠식 상태가 지속된다면 상장폐지 가능성도 있어 등급을 하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한국신용평가(이하 한신평)도 삼성엔지니어링의 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강등했다. 한신평은 "1조5000억원 규모의 영업손실로 삼성엔지니어링의 프로젝트 관리 등 사업 역량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졌다"며 "대규모 손실로 재무안정성이 훼손돼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한신평은 삼성엔지니어링을 워치리스트(Watchlist) 하향 검토 대상에 등록해 추가적인 등급 하향 가능성을 열어 놨다.
신용등급은 부채상환 능력과 자본력을 기준으로 기업의 신용과 재무 상태를 평가하는 지표다.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만기가 되는 회사채를 상환할 때 이자 비용이 커져 추가적인 실적 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여신 한도도 줄어든다. 삼성엔지니어링도 신용등급 강등으로 차입금 한도가 줄어들어, 일부 차입금을 상환해야 한다. 추가적인 부채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 유상증자 성공여부가 회생의 관건...전문가들은 회의적
삼성엔지니어링은 재무 구조 개선을 위해 내년 3월말까지 1조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또 3500억원 규모의 상일동 본사 사옥을 매각해 회생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증시전문가들은 삼성엔지니어링의 계획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박용희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삼성엔지니어링이 삼성물산(028260), 삼성중공업(010140)과의 합병 가능성을 부인함에 따라 유상증자가 부채를 줄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됐다"며 "하지만 유상증자가 성공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고 전망했다.
조윤호 동부증권 연구원은 "사옥 매각은 현금 자산이 증가하는 것에 불과해 자본잠식 상태를 벗어나기엔 역부족"이라며 "삼성엔지니어링 지분 중 삼성그룹 계열사가 보유한 것은
삼성SDI 13.1%, 삼성물산 7.81% 등 총 22%에 불과해, 기관이나 개인 투자자가 유상증자에 얼마나 참여하느냐가 유상증자 성공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의 현재 발행주식은 총 4000만주다. 신주 발행가를 주당 2만원으로 가정할 경우 6000만주를 더 발행해야만 삼성엔지니어링 측이 목표한 1조2000억원을 달성할 수 있다. 이 경우 총 주식 수는 1억주까지 늘어난다. 하지만 증자 물량에 대한 부담감으로 주가는 더 하락할 수 있다. 향후 주가가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으므로 신주 발행가는 더 낮아져 주식 물량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조 연구원은 "주주 입장에서 유상증자 목표액을 맞추기 위해 투자해야 할 돈이 늘어나는 위험을 감수할지 의문"이라며 "유상증자에 실패할 경우 신용등급의 추가 하락뿐만 아니라 수주 부진으로 이어져 삼성엔지니어링은 더 어려운 상태에 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