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이 미국의 '파이스(Paice)'라는 '특허 괴물(Patent Troll)'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다. 친환경차량인 하이브리드카 관련 특허 침해로 줄줄이 법정에 서고 있기 때문이다.
'프리우스' 제조사인 일본 도요타는 6년간의 소송 끝에 2010년 파이스에 로열티(특허사용료)를 지급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현대·기아자동차와 포드는 각각 미국에서 소송을 진행중이다. 올해 10월 미 볼티모어 연방법원 배심원단은 현대·기아차가 특허를 침해했다면서 파이스의 손을 들어줬다.
파이스는 어떤 회사이며, 어떤 특허를 갖고 있기에 자동차 회사들을 벌벌 떨게 하는 것일까. 파이스에 얽힌 이야기와 향후 전망을 진단해본다.
◆ 러시아 무기개발자, 미국 이민 후 하이브리드 특허출원
러시아(옛 소련) 무기개발자였던 알렉스 세브린스키(Alex Severinsky)는 1978년 미국으로 건너갔다. 1980년대 세브린스키는 컴퓨터에 필요한 무정전전원장치를 연구했다. 무정전전원장치는 이름 그대로 정전 상황에서도 작동한다. 그래야 컴퓨터의 데이터 손실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두가지 연료(기름과 전기)를 사용하는 하이브리드카 역시 연료를 바꾸는 과정에서 동력원의 공백이 있어서는 안된다.
예를 들어 하이브리드카는 저속에서는 전기로, 고속에서는 기름으로 굴러간다. 그런데 속도를 내다보면 전기에서 기름으로 연료가 전환되는 시점이 생긴다. 이때 공백 없이 차가 잘 굴러가고, 힘을 받는 기술이 필요하다. 파이스의 특허는 높은 전압과 낮은 전류가 흐르는 상태에서 전기모터 회전과 엔진 내부 연소로 하이브리드카의 휠(바퀴)에 강한 힘(토크)을 전달하는 기술이다.
세브린스키는 1992년 'PAICE(Power Assisted Internal Combustion Engines·파이스)'라는 회사를 설립했고, 1994년에 자신이 고안한 특허를 미국에 출원했다.
파이스는 이후 자동차 회사를 상대로 한 소송을 시작했다. 2004년 도요타, 2012년 현대·기아차, 2014년 포드를 법정에 세웠다. 세브린스키는 2006년 파이스에서 퇴사했지만 법적분쟁은 진행중이다. 세브린스키는 현재 미 메릴랜드대 기계공학부 교수로 재직중이다.
◆ 도요타도 로열티 내는 기술…현대·기아차도 특허침해 평결
도요타는 미국에서 4000건이 넘는 하이브리드 특허를 출원했다. 하지만 파이스의 특허 그물은 피하지 못했다. 국제무역위원회(ITC)는 2010년 도요타가 파이스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프리우스 등을 판매할 때마다 대당 25달러(2만8300원)의 로열티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이후 로열티 액수는 대당 98달러(11만원)까지 올라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는 판결 당시(2010년 7월) 기준으로 한달에만 143만달러(16억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현대·기아차 역시 파이스와 다투고 있지만 현재까지 상황은 불리하다. 미 볼티모어 연방법원 배심원단이 현대·기아차의 하이브리드 엔진이 파이스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평결했기 때문이다. 배심원단이 제시한 배상액은 2890만달러(327억원). 블룸버그는 "실제 1심 판결시 배상액이 최대 3배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
포드는 지난해 2월부터 파이스와 법적분쟁을 벌이고 있다. 포드 역시 'C-Max', '퓨전', '링컨 MKZ' 같은 하이브리드카가 연비를 높이기 위해 파이스 특허를 침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포드와 파이스는 과거 하이브리드카 개발을 위해 기술제휴 관계를 맺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