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3D업종' 중 하나였던 용접공이 인기를 끌고 있다. 학력 필요 없고 손기술만 좋으면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데다 정부에서 명장(名匠) 자격을 따면 명예까지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바닷속에서 해양 구조물을 접합하는 수중용접이나 원자로 같은 긴장도 높은 곳에서 일하는 전문 용접사들은 일당 100만원 등 억대 연봉이 보장된다고 한다.
고용노동부가 '숙련기술장려법'에 따라 명장(名匠)으로 선정한 용접공들은 대통령 명의의 증서를 받고, 용접업에 종사하는 한 매년 200만~400만원의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전국 5만4000여명의 용접공 중 용접 명장은 24명이다. 이들은 용접 선진국인 스위스나 독일 등으로 연수를 가서 더욱 많은 기술을 배워 후배들에게 전수하는 역할도 맡는다. 기계공고 출신으로 두산중공업 보일러 공장에서 5년째 용접공으로 일하는 송승한(28)씨는 "내 꿈은 돈을 많이 번 뒤 용접 명장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열기 속에서 긋는 유연한 '붓질'
용접은 불로 금속을 녹여 붙이는 작업이다. 다루는 불이 섭씨 5000도의 초고온이라 전신을 감싸는 두꺼운 작업복, 방열장갑, 방열화(靴)를 한시도 벗을 수 없다. 냉방용 에어(air) 조끼가 작업복 안에서 찬 공기를 뿜지만 푹푹 찌는 한여름에는 그것도 역부족이다. 원자로 제조공장에서 일하는 용접공 이권수(31)씨는 "원자로 증기발생기의 경우 용접 후 크랙(갈라짐)이 안 나려면 용접 시 모재(母材·용접으로 붙이려는 대상)의 온도가 121도 이상이어야 한다"며 "그 때문에 용접공이 앉아 작업하는 증기발생기 밑에서 가스불을 땐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끓는 냄비 위에서 작업하는 꼴이다.
용접을 하려면 몸이 유연해야 한다. 체육학과를 나온 태권도 사범 출신으로 울산의 화학장비업체 대경기계기술에서 일하는 6년차 용접공 손원규(33)씨는 "산업용 기계 안에 비집고 들어가서 오랫동안 일하려면 몸의 근육과 관절이 부드러운 사람이 유리하다"고 했다. 공간이 좁아 몸이 들어갈 수 없는 경우 손잡이가 자석인 거울을 기계에 붙여 거울을 보며 작업한다. 일명 '거울 용접'이다.
아무리 덥고 불편해도 집중력을 잃으면 A급 용접공이라고 할 수 없다. 지난 2011년 국가공인 용접 명장이 된 현종호(59)씨는 "보통 100개 포인트(용접 부분) 가운데 불량이 2개 이내면 A급, 4개 이내면 B급 용접공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용접부에 미세한 틈이 나 있으면 불량인데 외관뿐 아니라 초음파와 X레이 검사를 거쳐 판별한다. 현씨는 "용접은 붓글씨와 비슷하다"며 "먹물 대신 쇳물을 원하는 곳에 원하는 모양으로 떨어뜨려 굳히려면 손목과 팔의 관절을 사용한 섬세한 터치가 필요한데, 이를 위해선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용접의 요령은 '아름답게'
지난 20일 경남 창원에 있는 두산중공업 기술교육원에서 25명의 용접 초보자와 함께 용접 실습을 했다. 2011년 이곳을 수료하고 현재 강사로 있는 안동수(41) 대리는 "안전이 제일"이라며 전신 방열복과 팔 토시, 방열 장갑, 안전화, 머리 두건, 용접면(용접 시 머리에 쓰는 보호구)을 한 무더기 가져왔다. 입는 데만 5분이 걸렸다.
용접면을 쓰고 눈앞의 차광(遮光)렌즈를 내리자 눈앞이 캄캄해졌다.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어떻게 합니까"라고 묻자 안 대리는 "차광렌즈를 내리기 전에 오른손으로는 토치를 잡고 왼손으로 용접봉을 잡았어야지. 그다음 양손은 모재 위에 놓고"라고 했다. 시키는 대로 한 뒤 "그럼 차광렌즈는 어떻게 내립니까"라고 묻자 "고개를 세차게 끄덕이라고" 했다. 안경이 비뚤어질 만큼 머리를 흔드니 차광렌즈가 내려와 눈앞이 다시 캄캄해졌다.
토치의 점화버튼을 누르자 불꽃이 보였다. 밝은 연둣빛 화염을 왼손에 쥔 30㎝ 길이의 연강(軟鋼) 용접봉 쪽으로 갖다댔다. 봉의 끄트머리가 보이는 듯하더니 금방 버터처럼 녹아 없어져 버렸다. 철의 녹는 점은 1250도이다. 순식간에 용접봉의 길이는 벌써 7~8㎝가량 줄어들었다. "조금 천천히, 규칙적으로"라고 지도받은 후엔, 어렴풋이 보이는 봉 끝의 실루엣으로 불꽃을 살금살금 등속(等速)으로 전진시켰다.
용접의 목적은 따로 떨어진 모재들을 잘 붙이는 것이지만, 그 요령은 아름답게 붙이는 것에 있었다. 용접이 끝난 부위는 겉이 촘촘하고 균일한 비늘처럼 보여야 한다. 비늘 모양이 불규칙하거나 표면이 울퉁불퉁하면 빵점짜리 용접이 된다. 안 대리는 "제대로 접합되지 않은 부분을 초음파나 X레이로 찍으면 거멓게 나온다"고 했다.
'고소득 불꽃 아티스트'의 꿈
용접은 철강업이 존재하는 한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다. 해양플랜트 등 건설 분야는 물론 자동차, 가전 등 철강이 사용되는 곳에는 대부분 용접이 있어야 한다. 산업이 자동화되고 있지만, 용접 분야는 기계가 대신할 수 없는 부분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일자리가 풍부한 편이다.
국가자격인 용접기능사의 연간 응시자 수는 지난 2010년 1만3288명에서 지난해 2만1119명으로 5년 새 59%나 늘었다. 최종합격자 수도 같은 기간 8% 증가했다.
올해 부산대를 휴학하고 두산중공업 용접 과정에 등록해 3개월째 다니고 있는 하상돈(27)씨는 "번듯한 사무직 회사원이 돼도 처음에는 자부심 넘치겠지만 결국 정년도 못 채우고 나오는 게 부지기수 아니냐"며 "각종 산업현장에서 수요가 많고 기술로 평생 먹고살 수 있는 용접에 매력을 느꼈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동물사료 제조사업을 하다 올해 용접기능사 필기를 치른 현진곤(30)씨 '안정적인 직장'을 찾고자 새 도전을 시작했다. 현씨는 "흔히 공무원이 가장 안정적 직장이라 하지만, 결국 인사권자에게 자신을 맡겨야 된다"라며 "용접같이 어디에서나 쓸 수 있는 기술을 배워 놓으면 내 몸 자체가 보증수표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황병주 한국폴리텍대학 산업설비과 교수는 "수십년간 일자리 수요보다 공급이 적었던 용접이 최근 취업난을 타고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며 "20년 이상 일한 숙련공은 업계에서 '귀한 몸' 대우와 억대 연봉을 받는 만큼, 앞으로 용접공 지원자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용접공 손원규씨는 그러나 "용접공은 불꽃으로 갖가지 재료를 아름답게 붙이는 '불꽃 아티스트'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