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북 도심의 아파트 값과 전세금이 고공 행진을 하고 있다. 낡은 주택이 몰려 있던 지역에 대단위 신규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데다 도심 접근성이라는 매력이 부각되는 덕분이다. 광화문·시청·여의도 등 도심과 가까운 곳은 실수요자들이 대거 몰려 1년 만에 전셋값이 배 가까이 오른 곳도 있다. 김광석 리얼투데이 이사는 "신규 대단지 아파트이면서 지하철 등 교통망도 뛰어난 강북 지역을 중산층이 선호하고 있다"며 "앞으로 재개발에 속도가 붙으면 강북 도심 주택 시장이 더 활성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심 접근성 매력 부각… 전세금 급등

강북 도심은 올 들어 매매가와 전세금이 모두 치솟고 거래도 활발하다. 본지가 25일 '부동산114'와 강북 도심의 아파트 가격을 분석한 결과, 마포·성동·동대문·서대문구 등지의 10월 아파트 3.3㎡당 평균 매매 가격은 2006년 이후 역대 최고가를 기록하고 있다. 성북구는 2008년 8월 역대 최고가(1278만원)의 99%까지 올라왔다. 올 들어 9월까지 도심권 5개구(區)의 아파트 매매 거래도 지난해 거래량을 이미 넘어섰다.

전세금은 상승폭이 더 크다. 마포구 아현동은 작년 10월 3.3㎡당 평균 아파트 전세금이 977만원이었지만 이달엔 1749만원으로 배 수준이 됐다. 이는 서초구 잠원동 아파트의 평균 전세금(1765만원)과 비슷하고, 강남구 압구정동(1640만원)이나 서초구 서초동(1590만원), 양천구 목동(1412만원)보다 더 높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 원장은 "강북 도심은 그동안 입지 여건은 좋은데 주거 환경이 열악해 강남보다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다"며 "최근 역세권 중심으로 대단지 브랜드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재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마포구 아현동(아현뉴타운), 성동구 하왕십리동(왕십리뉴타운), 동대문구 전농·답십리동(전농·답십리뉴타운), 서대문구 남가좌동 (가재울뉴타운) 등지에는 최근 1~2년 사이 재개발 사업으로 1000가구 이상의 대단지가 들어서고 있다. 새 아파트는 분양가보다 최소 수천만원에서 최대 1억원 이상의 웃돈이 붙고 있다. 지난해 9월 입주한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의 전용 59㎡는 분양가(4억9000만원)보다 1억5000만원 이상 가격이 뛰었다. 분양가도 상승해 올해 공급된 성동구 e편한세상옥수파크힐스, 힐스테이트 금호, 서대문구 e편한세상 신촌 등은 3.3㎡당 분양가가 모두 2000만원을 넘었다.

◇30대 實수요자가 시장 주도

전문가들은 전세난에 지쳐 내집 마련에 나선 30대 실수요자들이 강북 도심 주택 시장을 이끌고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도심 인근 단지는 30분대면 직장에 출퇴근할 수 있고 중소형 주택이 많아 신혼부부와 어린 자녀를 둔 30~40대 맞벌이 부부가 선호한다"며 "전세금이 매매가의 70~80%에 육박하면서 30대들이 대거 강북 도심 아파트로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신규 분양 시장에서도 30대가 강세다. 지난달 공급된 동대문구 답십리동 '힐스테이트 청계'는 전체 계약자 중 30대가 42% 정도를 차지했다. 올 3월 분양한 성동구 하왕십리동 '센트라스'와 5월 공급된 'e편한세상 신촌' 도 30대 계약자가 각각 34%, 29%로 가장 많았다.

전문가들은 강북 도심 주택 시장이 당분간 강세를 보일 것으로 관측한다. 올 4~5월 인기리에 분양한 신금호 파크자이, 아현역푸르지오, e편한세상 신촌 등의 분양권 전매 제한이 이달부터 풀리기 시작하면서 거래도 늘고 가격도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것. 이달 말부터 삼성물산의 '래미안 답십리 미드카운티'와 '래미안 길음 센터피스', GS건설의 '마포자이3차' 등 분양 물량도 쏟아져 나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 전문위원은 "강북 도심은 교육 여건 등에서 부족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중단된 뉴타운·재개발 사업이 속속 재개돼 주거 환경이 개선되면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