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3분기 경제성장률이 6%대로 떨어졌다. 몇 년 전만 해도 9~10%의 고속 성장을 구가하던 중국 경제가 이제 6%대 중속(中速) 성장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중국 지도자들은 중속 성장을 '신창타이(新常態·뉴노멀)'라고 부르며, 일자리만 생긴다면 7% 성장에 집착하지 않는다고 강조하고 있다.

중국의 3분기 성장률이 7% 밑으로 떨어졌지만 시장 예상치(6.8%)보다는 높게 나오자 금융시장도 별다른 충격 없이 뉴스를 소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상하이 증시는 중국 정부가 경기 부양책을 낼 것이란 기대감에 상승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0.1% 하락하며 보합세로 마감했다. 국내 코스피지수는 거의 변동이 없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중국 정부의 낙관적인 설명과 달리 성장률이 떨어지면 기업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새로운 위기의 '뇌관'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IMF(국제통화기금)는 사실상 중국의 기업부채를 다음 위기의 진원지로 지목하는 보고서를 냈다. 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은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를 9월 금리 동결의 이유로 들기도 했다. 중국 정부가 시장 예상치를 넘어서는 수치를 발표하자 중국 통계를 믿지 못하겠다는 주장도 나온다.

◇'신창타이'냐, 기업부채 위기 촉발이냐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3분기 성장률 발표를 앞두고 한 좌담회에서 "취업자 증가와 산업 구조조정 등이 이뤄진다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7%에 미치지 않더라도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고 재경망이 19일 보도했다. 그는 공인일보(工人日報) 인터뷰에선 "매년 취업자가 1000만명 이상 증가할 수 있으면 (성장률) 숫자는 중요하지 않다"고도 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작년 5월 "경제가 중요한 변곡점을 지나고 있는 지금 '신창타이'에 적응해야 한다"고 말한 이후 중국 정부는 고속 성장에 대한 미련을 버린 상황이다. 경제 체질을 바꿀 수 있으면 6~7%대 성장이라도 무방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중국의 성장 속도가 떨어지면 기업부채 위기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국제기구를 통해서 나오고 있다. 지난달 말 국제통화기금(IMF)은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신흥국 기업부채'를 새로운 위기의 근원지로 지목했는데, 점잖게 '신흥국'이라고 했지만 실제 타깃은 '중국'이었다. 2004년 4조달러였던 신흥국 기업부채가 작년 말 18조달러로 늘어났는데, 증가분의 70%쯤이 중국의 기업부채였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업부채 비율은 160%로 주요 국가 중에 가장 높다. 신인석 자본시장연구원장은 "고도 성장기의 투자 패턴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던 기업들이 저성장기에 적응하지 못하고 투자를 지속하면 기업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며 "이는 기업 부실에 그치는 게 아니라 은행 부실로 이어져 금융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1990년대 초반까지 연 10% 대의 성장을 하다가 90년대 중반 이후 6% 대 성장으로 떨어지면서 기업부채가 급증, 급기야 IMF 외환위기를 맞았다.

◇한국, 對中 수출 감소 대비해야
한국 경제는 국제 금융 시장을 우회한 경로뿐만 아니라 대중(對中) 무역을 통해 중국 성장 둔화의 타격을 직접적으로 받는다. 한국 수출의 4분의 1이 중국에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 경제가 살아나는 데는 4조위안에 달하는 중국의 인프라 투자의 덕을 봤다. 철강·석유화학·자동차 등의 수출이 증가하면서 2009~2013년 대중 수출 증가율은 연평균 14%에 달했다.

하지만 작년 대중 수출이 처음으로 감소한 이후(-0.4%), 올 1~9월에 대중 수출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3.8% 줄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대중 수출의 70% 이상이 중국 경제 둔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이에 따라 KDI는 중국 성장률이 1%포인트 떨어지면 우리나라 성장률은 0.17%포인트 하락한다고 밝혔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중국 정부가 웬만하면 성장률을 7%로 맞춰 발표했을 텐데 6.9%로 발표했다는 점에서 중국 실물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크다"며 "중국 시장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제 운용 방식으로는 상당한 위험이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시장 다각화 등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만수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더 이상 중국 성장에 기댈 수 없는 업종에 대해선 과감하게 구조조정에 들어가고 새로운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