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대출 중 집단대출 비중 35%로 급등…집값 내리면 집단대출 부실화 우려
신규 아파트 분양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은행권의 주택담보 집단대출도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은 은행들에 "집단대출이 너무 가파르게 늘고 있으니 리스크 관리에 철저히 나서달라"고 당부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 잔액 중에서 분양권 중도금 대출, 잔금대출, 재건축 이주비 대출 등 집단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4년 말 5% 안팎에서 올해 9월 말 기준 35%까지 치솟았다. 9월 말 기준 주택담보대출 잔액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8월 말 주택담보대출 잔액(377조6000억 원)과 비교하면 최소 131조 원가량이 집단대출일 것으로 추정된다.
집단대출 대부분은 아파트 분양권의 중도금 대출이다. 대부분의 분양 계약자는 당첨 후 시행사와 계약할 때 분양가의 10%만 계약금으로 지불하고 중도금(60%), 잔금(30%) 등은 계약자들이 공동으로 은행으로부터 집단대출을 받는다. 집단대출은 주택도시보증공사, 주택금융공사의 보증이 있고 시공사가 연대보증을 하기 때문에 금리가 낮은 것이 특징이다.
집단대출이 큰 폭으로 늘어나는 이유는 기존 주택시장의 거래량이 정체 상태인 것과는 달리 신규분양시장은 달아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부산 엘시티의 펜트하우스가 평당(3.3㎡당) 7000만 원에 분양했음에도 6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평당 4100만 원인 서울 반포센트럴푸르지오써밋의 경쟁률은 21.1대 1이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이달에만 전국에서 10만8000가구가 공급되는데 대부분 순조롭게 계약되는 분위기"라며 "금리마저 낮다 보니 집단대출은 분양이 진행될수록 가파르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은행의 한 지점 관계자는 "집단대출은 금리가 너무 낮아 이익이 안 되다 보니 받기 싫을 때도 있는데 요즘은 정말 물밀 듯이 밀려 들어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집단대출이 추후 가계대출의 질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통상 아파트는 분양 이후 입주에 2~3년이 걸리는데, 입주 시점에 주택가격이 하락하면 주택을 팔아도 빚을 상환하지 못할 수 있다. 실제 2008년 금융위기 직후 분양했던 신도시 중 일부는 2011년 입주 때 주택가격이 급락해 대규모 집단대출 연체 현상이 벌어졌다. 당시 일산, 남양주, 용인, 인천 일부에서 입주거부 사태가 일어나며 중도금 대출 연체율이 3%대 중반까지 치솟기도 했다.
금감원은 집단대출의 가파른 증가가 위험 요인이긴 하지만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입장이다. 규제 방안을 내놨다가 주택시장이 가라앉을 수 있다는 점도 우려 요인이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투기과열지구 등에 해당하면 분양권을 하나밖에 사지 못하게 하는 등의 규제가 있었지만 현재는 다 사라졌다"면서 "당장 도입할 계획도 없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은행 스스로 리스크 관리에 나서라고 주문한 상태다. 사업성 평가를 면밀히 하고, 사후 관리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라고 요청했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시행사가 분양대금을 유용한 정황도 적발된 바 있어 은행이 스스로 관리를 잘하라고 주문했다"면서 "다만 과거에 비해 집단대출과 관련한 시스템이 많이 개선돼 있어 과거처럼 부실이 커질 확률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은행권은 분양시장 대출 건전성 강화를 위해 은행별로 인당 분양권 집단대출을 1~2회로 제한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이미 인당 분양권 대출을 최대 2개로 제한하는 은행이 있다"면서 "현재 과열 여부를 점검 중인 상황이며 리스크 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판단하면 횟수를 제한하는 방안을 내놓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