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서스펜스, 충격, 공포…. 스릴러 영화는 이런 감정들을 패거리처럼 거느린다. 다음 장면을 예측할 수 없게 긴장을 쌓아나가면서 관객을 집어삼킨다. 우리는 영화가 끝나야 비로소 안도한다. 스릴러의 거장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은 말했다. "악몽에서 깨어날 때 맛보는 기쁨을 관객이 경험하게 하라"고.

가을은 스릴러의 계절이다. 올해 나온 '더 비지트(The Visit)'와 '더 폰(The Phone)'은 깜짝 선물 같다. 초인종이나 전화벨 소리가 울릴 것 같은 이 두 스릴러에는 공통점이 있다. 우리를 엮어주는 '끈'이 우리를 공포로 몰아넣는다는 사실. '더 비지트'에서 손주들은 할머니·할아버지가 얼마나 끔찍한 존재인지 알게 된다. '더 폰'은 1년 전에 살해당한 아내가 전화를 걸어오는 이야기다.

무서운데 웃긴다

쾌활한 남매 베카(올리비아 데종)와 타일러(에드 옥슨볼드)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외할머니(디애너 듀나건)와 외할아버지(피터 맥로비)를 만나러 시골 농장에 간다. 착한 딸 베카는 이 추억을 다큐멘터리로 담아 엄마와의 관계를 바로잡고 싶어한다. 따뜻하게 맞아준 외할머니·외할아버지는 "즐거운 1주일이 될 거"라면서 딱 두 가지를 다짐받는다. 지하실에는 곰팡이가 많으니 내려가지 말 것. 밤 9시 30분 이후엔 방에서 나오지 말 것.

영화'더 비지트'에서 겁에 질린 베카(올리비아 데종). 뒤에 외할머니가 보인다.

'식스 센스'(1999)라는 독창적인 세계를 빚어낸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이 돌아왔다. 공포와 웃음을 절묘하게 배합한 '더 비지트'로 그만의 목소리를 들려주며 최근의 부진을 털어냈다. 기운이 뻗치는 아이들에게 밤 9시 30분은 초저녁이다. 밤마다 괴상한 소음과 더불어 오싹한 일들이 어둠 속에서 튀어나온다. 대낮에도 헛간·우물·오븐 같은 공간과 숨바꼭질·기저귀·몰래카메라 등의 재료로 가슴 철렁한 장면을 이어붙인다. 속도와 강도는 점점 빨라진다.

부모와 자식은 거는 기대만큼 실망이 큰 관계지만 조부모와 손주는 한없이 끈끈하면서 쿨해질 수 있는 사이다. 독창적인 스릴러 '더 비지트'는 그 고정관념을 송두리째 흔들며 신선한 공포와 웃음을 듬뿍 안긴다. 저예산으로 깔끔하게 뽑아낸 스릴러의 표본.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인기작으로 꼽혔다. 94분, 15세 관람가.

휴대폰이라는 동아줄

변호사 동호(손현주)의 휴대전화가 울린다. 화면에 뜬 이름은 '경림 엄마'. 꼭 1년 전 술에 떡이 돼 귀가한 새벽에 강도에게 살해된 아내 연수(엄지원)다. "차 키 어디에 뒀어? 물건 쓰고 제발 제자리에 놓아."(엄지원) 살인 사건이 있던 날 낮에 아내와 나눴던 통화가 재생된 것이다. 강력한 태양 흑점 폭발이 1년 만에 다시 나타나 잘못 연결된 전화가 많다는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다. 동호는 다급하게 아내에게 말한다. "지금 집에 가지 마. 강도가 들어올 거야!"

영화'더 폰'에서 남편이 건 전화를 받는 연수(엄지원). 강도가 막 초인종을 눌렀다.

우리는 자식이나 배우자 얼굴보다 휴대폰을 더 자주 더 깊이 들여다본다.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이 타임 슬립(time slip) 스릴러에서 휴대폰은 아내를 살릴 동아줄이기도 하다. 살인 사건을 막아야 하는 동호, 결정적 단서를 전해야 하는 연수, 증거를 지워야 하는 범인이 2014년과 2015년을 오가며 벌이는 사투가 박진감 넘친다. 믿기 어려운 설정 위에 출발한 이야기지만 배우들의 호연과 템포가 좋은 연출(김봉주)이 그 약점을 덮어준다. 114분, 15세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