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5시,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34층에 올라갔다. 이 곳은 신격호(93)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집무실 겸 숙소로 사용하고 있다. 신 총괄회장은 2011년부터 이곳에 주로 머물러왔다.

신 총괄회장의 집무실로 가려면 VIP 전용 엘리베이터나, 화물용 엘리베이터를 타야 한다. 아니면 롯데호텔 신관에서 일반 고객용 엘리베이터를 타서, 34층 출입이 허가된 카드를 찍어야만 신격호 회장의 집무실을 드나들 수 있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집무공간도

34층에 올라가면 경호원 등이 도열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예상 외로 문이 활짝 열려있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복도에 진입하면 신격호 총괄회장의 비서실이 나오고, 그 옆으로 집무실이 있었다.

집무실 분위기는 아늑했다. 신 총괄 회장이 앉아있는 하얀 소파 옆에 스탠드 조명이 은은하게 켜져 있었다. 신 총괄회장이 앉은 소파 양쪽으로는 작은 탁자가 있었는데, 왼쪽 편엔 각티슈와 신 총괄회장이 자주 쓰는 펜, 신 총괄회장의 안경 두 개, 메모지, 면봉, 체온계 등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롯데에서 만든 자일리톨 껌이나 사탕 등도 올려져 있었다.

신 총괄회장의 오른편으로는 일본신문과 한국신문이 켜켜이 쌓여 있었다. 신 총괄회장은 장남인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대표가 인사를 하자, 읽고 있던 신문을 옆자리에 내려놨다. 이날 아침에 발간된 조선일보와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였다. 또 오른편 탁자에는 주스가 반쯤 채워진 유리잔이 놓여있었다. 잔 위에는 하얀 덮개가 씌워져 있었다.

집무실 문과 이어지는 한쪽 벽면에는 낮은 서랍장이 있었는데, 그 위로는 가족과 함께 찍은 사진들이 4~5개 놓여있었다. 사진 속에 젊은 신 총괄회장이 보였다. 신 총괄회장은 어린 신동주 대표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양 팔에 한 명씩 안고 있었다. 신동주·신동빈 형제의 나이가 3~4살 가량 돼 보였다. 그 옆 액자에는 신 총괄회장과 그 부인인 시게미츠 하쓰코 여사가 활짝 웃으며 함께 찍은 사진이 있었다. 두 사람 모두 중년의 모습이었다. 그 옆으로 줄줄이 가족 잔치 장면으로 보이는 액자들이 놓여있었다. 서랍장 건너편 벽으로는 신 총괄회장이 타는 휠체어와 안마 의자가 있었다.

신 총괄회장이 머무르는 34층은 기자가 본 집무실 외에 신격호 회장의 침실과 회의를 위한 대회의실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공간은 31층 로열 스위트룸(460㎡)과 면적이 비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