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은 유럽에서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검색 서버는 미국에 두고 있다. 이용자의 로그 기록 등 각종 데이터는 유럽이 아니라 미국에 있는 셈이다. 지난 6일(현지시각) 유럽사법재판소는 여기에 제동을 걸었다. 세이프 하버(Safe Harbor) 협정으로 유럽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손쉽게 미국으로 가져갔던 미국 기업들도 유럽 각국의 정책에 맞게 개인정보보호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번 유럽사법재판소의 '세이프 하버' 무효 판결을 계기로 한국도 유럽과 비슷한 자국 시장 보호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과 무역 장벽을 만들지 않는 것이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에 도움이 된다는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산업보안 전문가인 장항배 중앙대 교수는 기밀 정보와 일반 정보를 확실히 분리해 보호할 국내 정보는 확실히 보호해야 한다는 쪽이다. 그는 "구글 같은 해외 기업들이 아무런 제한없이 국내 이용자의 데이터를 수집해 해외에 두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면서 "이름, 연락처, 결제정보, 건강 이력 등 민감한 개인정보와 국방, 행정, 산업 등 국가 기밀에 관한 정보는 함부로 국외로 이전하지 못하도록 조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우리나라 정보보호 정책의 사령탑 격인 임종인 청와대 안보특별보좌관은 데이터의 자유로운 이동에 무게 중심을 둔 견해를 내놓았다. 그는 "해당 국가 데이터는 해당 국가에 있어야 한다는 이른바 데이터 주권을 내세우지 않는 편이 우리 기업한테 유리하다"면서 "우리가 장벽을 만들면, 다른 나라도 장벽을 만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데이터는 자유롭게 오갈 수 있도록 하되, 데이터를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확보하고 데이터에 대한 보안 조치를 해두면 된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 인터넷 서비스 업체인 네이버는 이해득실을 따지느라 분주하다. 이 회사는 자국 데이터는 자국에 있어야 한다는 이른바 '데이터 주권'에 관한 연구 프로젝트를 지원해 왔다.
이 회사의 정책 담당자는 "국내 시장만 생각하면, 데이터 이전에 대한 규제를 만들어 구글과 페이스북 등 해외 기업들이 국내 시장에 쉽게 진입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국내 인터넷 기업한테 유리할 것"이라면서도 "네이버가 모바일 메신저 '라인'처럼 글로벌 서비스도 내놓고 있기 때문에 해외 시장을 염두에 두면 무조건 데이터 주권을 주장하기도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임 보좌관은 "클라우드 서비스 시대에는 거의 모든 정보가 특정 기업의 데이터 센터 서버에 있게 되기 때문에 각국에서 개인 정보의 국외 이전 이슈는 계속 논란이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유럽연합의 판결에 앞서 지난 9월에는 러시아 정부가 자국민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거나 처리할 때는 데이터 서버를 러시아 영토 내에 둘 것을 의무화하는 사생활보호법을 새롭게 통과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