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이른 건설업계 구조조정 칼바람에 일부 건설사 임원들이 연말 정기인사 한참 전부터 좌불안석이다. 해외수주가 지난해보다 눈에 띄게 줄며 매출액과 영업이익 등이 감소한 건설사들이 인력 감축에 나서면서 자리 보존이 녹록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실적이 악화된 건설사들이 연말이 오기 전부터 임직원 감축에 돌입하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건설은 부장 5년차 이상 임직원을 상대로 명예퇴직 신청을 받았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고위직급 중에서 보직이 없는 임원과 성과 평가가 낮은 임직원, 현장 프로젝트가 종료돼 계약이 끝난 임직원 등을 대상으로 희망 퇴직 신청을 받았다”고 말했다.

한화건설 측은 희망퇴직 인원수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지만 업계는 200명 가량의 인원을 감축할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건설이 연말이 되기 전부터 인력조정에 나서는 것은 나빠진 실적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화건설의 올해 상반기 영업손실은 881억1270만원이다. 사우디와 쿠웨이트 등 중동 현장에서 추가비용이 발생하면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다.

이처럼 악화된 실적으로 인력 구조조정에 들어간 건설사는 한화건설만이 아니다. 삼성엔지니어링도 본사와 자사 법인 인력을 연말까지 기존 8255명에서 7550명 선까지 줄일 전망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364억7499만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66% 가량 줄었다. 매출액도 3조6152억원으로 18% 줄어들었다. 실적이 부진해지면서 퇴직자와 이직자가 늘어나는 반면, 신규 충원 계획은 하지 않고 있다.

건설업계 칼바람이 불면서 최근 출범한 통합 삼성물산 임직원 역시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상반기 삼성물산 건설분야 매출액은 9.3% 감소했고, 유가 하락에 타격을 받은 해외건설 시장상황 역시 좋지 않다. 건설부문 영업이익 역시 58% 감소했다.

삼성물산의 인력 감축은 이미 시작됐다. 삼성물산의 6월말 기준 임직원 수는 8219명으로 1년 전에 비해 5.1%(444명) 줄었다. 상사 부문 임직원 수 변화는 크게 없는데 건설 부문 임직원 수가 줄었다. 이 때문에 앞으로도 통합된 건설부문이 구조 재편에 들어가면 인력 감축이 추가로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대폭 감소한 포스코건설(영업이익 68% 감소), 대우건설(영업이익 33% 감소), SK건설(영업이익 25% 감소)의 임원들도 언제 짐을 쌀 지 몰라 ‘가시방석’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밖(해외)으로는 발주량 감소로 수주와 매출이 곤두박질쳤고, 안(국내)에서는 올해 분양시장이 좋았지만 내년에는 (호황을) 장담할 수 없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실적으로 평가 받는 임원들이라 자기 자리 지키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