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던 조현준 효성 사장(사진)이 최대주주로 있는 효성ITX와 갤럭시아컴즈가 인터넷전문은행 컨소시엄 2곳에 각각 참여해 대주주 적격성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는 "이들 기업의 출자 예정 지분율이 3%대여서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 제외된다"며 "결격 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조 사장이 최대주주인 효성ITX(지분율 34.99%)와 갤럭시아컴즈(지분율 35.02%)는 각각 K뱅크(KT 컨소시엄)와 I뱅크(인터파크 컨소시엄)에 각각 3.2%씩 출자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K뱅크에는 갤럭시아컴즈 외에 효성그룹 계열사인 노틸러스효성이 참여하고 있는데 둘을 합쳐도 지분율이 4%에는 미치지 못한다. 조 사장은 노틸러스효성 지분도 14.13%를 보유 중이다.

두 컨소시엄 모두 조 사장의 유죄 판결 사실을 알고 있지만 인터넷전문은행과 관련한 시너지 효과를 감안해 컨소시엄에 포함시켰다고 설명했다. 갤럭시아컴즈는 결제사업, 노틸러스효성은 자동입출금기(ATM) 운영, 효성ITX는 콜센터, 영상기기 솔루션사업을 하고 있다.

한 컨소시엄 관계자는 "사업 경쟁력 측면만 보고 선정했다"면서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금융당국과 소통하곤 했는데 엄청난 결격사유였다면 당시에 제동을 걸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만약 금융당국이 효성 계열사측 지분율이 너무 높다고 판단한다면 이를 낮추는 작업은 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컨소시엄 참여 기업이 바뀔 확률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컨소시엄 참여 기업을 사전에 몰랐다는 입장이다. 다만 효성 계열사 지분율이 10% 미만으로 주요주주에 해당하지 않아 큰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현재까지는 감점 사유로도 판단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의 한 관계자는 "금융회사 주요주주 요건은 지분이 10% 이상이거나 과반수 이상의 이사 선임권이 부여됐을 때"라며 "산업자본의 경우 4% 이상의 금융회사 지분을 가지고 있다면 금융위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3%대 지분이라면 적격성 심사 대상의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감점 사유도 현재로서는 애매하다"고 말했다.

전날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 국정감사에서는 대규모 횡령을 저지른 사업가의 개인 기업이 인터넷전문은행에 참여하는 것이 이치상 맞느냐는 질타가 이어졌다.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컨소시엄 구성 기업을 보고 깜짝 놀랐다"면서 "조 사장이 횡령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고 조세포탈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어 대주주 적격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대주주 심사 대상인지 여부를 파악하겠다"고 답했다.

조 사장은 2012년 9월 회삿돈을 빼돌려 해외 부동산을 매입했다가 유죄 판결을 받았다. 또 부친인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과 함께 8000억원대 횡령 및 배임 혐의로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한편 금융위는 카카오뱅크, I뱅크, K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신청한 3곳의 사업계획서를 심사한 뒤 1~2곳에 예비인가를 내줄 계획이다. 이달 중 금융감독원 주도로 심사를 진행한 뒤 11~12월 중 외부평가위원회 심사를 거쳐 연내 예비인가 대상이 확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