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서울 강남권에서 고가의 아파트 일반 분양 물량이 잇따라 나오면서, 향후 집값 흐름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 지 주목되고 있다. 강남권은 아파트 청약에서 가장 인기 높은 지역이지만, 최근 국내 주택시장에선 집값 단기 급등 이후 고점을 찍었을 가능성에 대비해 주택 구입 시기를 늦추려는 움직임도 조금씩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평 당 4000만원을 웃도는 역대 최고가로 분양되는 이들 단지의 분양 성공 여부 결과는 앞으로 전반적인 아파트 가격 추이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인기 지역 초고가 분양이라는 상반된 변수 속에 주택 청약과 집값 상승이 지속될 지 주목되고 있다. 사진은 올 상반기 한 분양 현장

이달 들어 서울 서초구와 송파구 등에서 단지별로 수백에서 천 단위의 아파트 일반 분양이 잇따른다.

먼저 서초동에서는 대우건설과 삼성물산이 분양에 나선다.

대우건설은 9일부터 '반포 센트럴 푸르지오 써밋'의 본격적인 분양에 나선다. 기존의 삼호가든4차 아파트를 헐고 재건축하는, 모두 751가구 규모의 단지로, 이 가운데 201가구를 일반 분양한다.

삼성물산의 '래미안 서초 에스티지S'는 서초 우성2차 아파트를 재건축한 593가구 규모의 단지인데, 이 가운데 조합원 분을 제외한 147가구가 일반 분양 대상이다.

GS건설도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 서초구 잠원동 반포 한양아파트를 재건축한 '반포한양자이'를 공급한다. 전체 606가구 중 152가구를 일반 청약용으로 내놓는다.

송파구에서는 대단지인 '헬리오시티' 분양분이 이달 중 나오게 된다. 재건축을 놓고 오랜 기간 우여곡절을 겪었던 가락시영 아파트가 재건축돼서 탄생하는 단지인데, 총 9510가구 규모의 매머드급이다. 일반적으로 아파트 시장에서 1000가구를 넘으면 대단지로 분류하는 것에 비하면 상당히 큰 규모의 단지다. 이 가운데 1550가구가 일반분양용으로 나온다.

삼성물산이 공급하는 '서초 래미안 에스티지 S' 조감도

이들 네 단지 중에는 지하철 접근성이 떨어지거나 차도 인접 문제 등의 약점을 가진 곳도 있지만 대체로 강남권이라는 요인으로 인해 입지 경쟁력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다만 분양가가 인근 분양 가운데 역대 최고 수준으로 높게 책정되고 있는 상태다.

이전까지는 그래도 이런 식의 분양이 모두 성공했었다. 지난달 초 SK건설이 서울 강남구에서 선보인 '대치 SK뷰'의 경우 평(3.3㎡)당 평균 분양가를 3900만원대로 책정했는데도 1순위에서 마감돼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조금씩 반대 분위기도 형성되고 있다. 주택 시장에서 고점 형성에 대한 경계 심리도 조금씩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일단 시세 상승세가 이번 주 들어 둔화되기 시작했다. 시세조사업체 부동산114 조사 결과, 10월 첫째 주 매매가격 변동률은 서울 0.04%, 경기.인천 0.02%, 신도시 0.02%를 기록, 전 주에 비해 0.01%~0.05%포인트 둔화됐다. 특히 시세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서울 재건축 아파트값 변동률이 올 들어 처음으로 0% 를 기록했다. 서울 재건축 아파트 값 상승세가 멈춘 것은 올 들어 9개월 만에 처음이다.

거래량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서울지역 아파트 매매량은 올해 들어 8월까지 매달 예년 같은 달에 비해 더 증가하는 추세를 보여왔다. 하지만 9월에는 이 수치가 예년에 비해 오히려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인기 지역 초고가 분양이라는 상반된 변수 속에 주택 청약과 집값 상승이 지속될 지 주목되고 있다. 사진은 올 여름 한 분양 현장

수도권에선 청약 시장 분위기도 조금씩 달라지는 분위기다. 경기·인천 지역의 경우 9월 진행된 16곳의 청약 가운데 1순위에서 마감된 곳이 1곳에 불과했다. 7곳은 2순위 마감됐지만, 8곳은 아예 미달로 남았다. 이는 한 달 전과는 상당히 대조적인 상황이다. 8월에는 경기·인천 지역 10곳의 분양 현장 가운데 6곳이나 1순위에서 마감됐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앞으로 집값이 크게 더 오르기는 어렵지 않겠냐는 판단을 한 잠재 수요자들이 늘어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부동산114 함영진 리서치센터장은 "기존의 전세 계약이 만료되는 세대 중에서도 여력이 되더라도 주택 매입 시기를 조절하며 차라리 월세를 선택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며 "미국이 금리를 올리겠다는 방침을 명확히 밝히면서 국내에서도 앞으로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 우려에다, 국내 경기가 그리 좋지 않은 상황, 또 여기에 최근 집값 급등에 힘입은 건설사의 분양 폭주에 따른 수년 뒤 입주 물량 급증 등을 감안할 때, 차라리 구입 시기를 늦추자는 생각들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 속에서도 건설사들은 예상대로 고분양가를 책정해 분양 결과에 주목되고 있다.

대우건설은 이번 '쎈트럴 푸르지오 써밋'의 평 당 분양가를 최저 3600만 원대~최고 4300만 원대로 책정해, 사실상 평(3.3㎡) 당 4000만원 체제에 돌입했다.

삼성물산 역시 서초 우성2차 재건축 '래미안 서초 에스티지S' 분양가를 평 당 평균 3800만원대, 일부 로열층 약 4000만원으로 잡았다. 불과 1년 전 바로 인근에서 공급했던 서초 우성3차 재건축 아파트인 '래미안 서초 에스티지'(평 당 3150만원)에 비해 평 당 700만원이나 높은 가격에 공급하는 것이다. GS건설의 '반포한양자이' 역시 평 당 4000만원에 책정될 전망이다.

또 송파구 헬리오시티 역시 인근의 역대 분양가 기록을 갱신하는 평 당 2800만원대로 계획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인기 지역, 최고 분양가, 단기 급등, 복잡한 향후 집값 전망 등 여러 변수가 얽혀있는 상황이라 이번 강남권 분양 결과는 어느 때보다 주목되는 상황"이라며 "분양에 성공하면 시장 전반에 계속 가격 상승세를 지속시킬 수도 있지만, 분양이나 최종 계약이 기대치에 못 미칠 경우 상당 수준의 반대 영향을 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