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1위 기업인 삼성그룹 내 주요 계열사의 사옥 이전(移轉) 움직임이 구체화하고 있다. 삼성정밀화학은 이달 26일 경기도 수원 전자소재연구단지에 있는 경영 지원 조직 등을 서울 삼성동 글라스타워로 이전(移轉)하는 것으로 5일 확인됐다. 이 회사의 본사는 공장이 있는 울산광역시에 있다. 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생명 등 그룹 주요 계열사도 사옥을 옮긴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삼성생명은 서울 태평로 본사 건물 매각을 추진 중이다. 보험업계의 자산 운용 수익률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부동산 매각으로 재무 구조를 우량하게 만든다는 방침에서다. 삼성생명 빌딩과 태평로 삼성 본관을 쓰는 삼성증권삼성카드는 서울 서초동으로 본사를 옮기는 방안이 유력하다. 삼성전자는 경영 지원 조직 대부분을 수원으로 옮기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 합병·출범한 삼성물산은 상사(商社) 부문은 서울 태평로, 건설 부문은 삼성엔지니어링이 있는 서울 상일동, 경기도 판교, 인천 송도 등이 사옥 이전 후보지로 거론된다.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는 "다음 달 서울 우면동 R&D센터가 문을 열고 삼성전자 인력 5000여 명이 그쪽으로 옮겨가면서 사옥 재배치를 둘러싼 여러 얘기가 그룹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며 "다양한 안(案)을 놓고 검토하고 있다"고 5일 말했다.

재계에서는 삼성의 사옥 재배치를 계열사 사업 재편에 이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실용주의'와 연결해 보고 있다. 경영 환경이 날로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실적이 부진한 계열사들이 비싼 임차료를 내고 좋은 건물에 입주해있는 비효율을 고치겠다는 것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실리(實利)를 강하게 추구하는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 스타일을 볼 때, 대외(對外) 과시용으로 그룹 주요 계열사를 한곳에 모으는 작업은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 그룹 TF(태스크포스)에서 다양한 사옥 이전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으며 최고경영진이 조만간 결론을 내릴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