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은 지난달 29일(현지 시각) 최신 스마트폰 '넥서스5X'를 선보이면서 기기 보험(保險)상품 '넥서스 프로텍트(Nexus Protect)'도 함께 공개했다. 이용자 과실 여부와 상관없이 스마트폰 고장·파손 시 구글이 2년간 최대 2회까지 새 제품으로 무상 교환해주는 프로그램이다. 가입비는 기종마다 다른데 넥서스5X의 경우 69달러(약 8만원)다. 애플이 '애플케어 플러스'라는 2년짜리 보험 상품을 판매하는 상황에서 구글도 맞대응에 나선 것이다.
'스마트폰 보험'은 지금까지 이동통신사의 몫이었다. 국내에서도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가 보험사와 제휴를 맺고 '폰 안심플랜' '스마트세이프' 등의 이름으로 가입자에게 판매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휴대전화 메이커들이 '알짜 사업'으로 꼽히는 폰 보험 시장에 이어 통신서비스, 폰 임대 등 통신사의 영역까지 속속 치고 들어오면서 제조사·통신사의 전통적인 공생(共生) 관계가 경쟁 관계로 변화할 조짐도 보이고 있다.
◇제조사가 통신·보험·폰 임대까지
이동통신사의 주(主) 영역이었던 통신 서비스도 휴대전화 제조사가 하나 둘 뛰어들고 있다. 중국의 스마트폰 1위 업체 샤오미(小米)는 지난달 '미 모바일(Mi mobile)'이란 이동통신 서비스를 선보였다. 직접 통신망을 구축하지 않고 기존 통신사인 차이나유니콤·차이나텔레콤의 망(網)을 빌려 서비스하는 이른바 '알뜰폰(MVNO)' 사업이다. 요금제는 기본료 없이 음성통화 1분, 문자 1건, 데이터 1메가바이트당 각각 0.1위안(약 18원)을 물리는 후불요금제와 데이터 3기가바이트(GB)를 월 59위안(약 1만900원)에 제공하는 부가요금제 두 종류다.
구글 역시 월 20달러만 내면 음성통화와 문자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프로젝트 파이'라는 알뜰폰 서비스를 최근 미국에 선보였다. 샤오미나 구글에서 폰도 사고 통신 서비스도 가입하는 '원스톱 쇼핑'이 가능해진 것이다.
지금까지 통신사는 제조사가 만든 휴대전화를 선(先)구매해 통신 서비스와 엮어 전국 매장에서 판매하는 '유통의 힘'을 톡톡히 누려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통신사에 납품하는 을(乙) 입장이었던 제조사가 점차 통신사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고 있다.
소비자의 휴대전화를 주기적으로 바꿔주는 리스(lease·임대)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애플의 '아이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은 월 32.41달러(약 3만8000원)를 2년간 내는 조건으로 아이폰6s(16기가바이트)를 사면 1년 뒤 쓰던 폰을 가져가고 최신 모델로 바꿔준다. 삼성전자도 미국에서 비슷한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라는 외신 보도가 있었지만 삼성은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지금은 통신사의 보조금이나 대리점 직원들의 권유에 따라 무슨 휴대전화를 살지 결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리스 프로그램은 이와 무관하게 애플·삼성이 자사(自社) 소비자를 '충성 고객'으로 단단히 묶어두는 효과가 있다. 그간 통신사들이 독점해왔던 '누가 어느 폰을, 얼마나 오래 쓰는지'에 대한 이용자 정보도 확보할 수 있다. 제조사들이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는 간편결제 서비스 역시 소비자를 구글, 애플, 삼성에 묶어놓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휴대전화 제조사가 기기 제조부터 판매·보험, 소비자 정보, 재구매까지 모든 것을 장악해가고 있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시장 포화 극복 위한 다각화
제조사들이 이처럼 본업(本業)에서 벗어나 영역 확대에 나선 것은,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 상태에 다다랐다는 판단 때문이다. 급성장해왔던 중국 시장마저 쪼그라들기 시작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올 2분기 중국 스마트폰 판매량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4% 줄어 처음으로 감소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중국의 영향으로 2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도 2013년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전년 동기 대비 13.5% 성장)을 보였다. 휴대전화 시장이 '고가 프리미엄'에서 '중저가 보급형' 위주로 이동했고 제조사 간 경쟁도 치열해져 예전만큼 높은 수익을 내기 어려워지면서 제조사들이 이 같은 외도(外道)에 나섰다는 것이다. 권영선 카이스트 교수(기술경영학과)는 "통신시장의 경쟁이 활발해질수록 제조사는 기기·콘텐츠 판매에 유리하고 이용자 입장에서도 혜택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