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066570)가 이달 8일 국내 출시 예정인 전략 스마트폰 ‘V10’의 출고가를 79만9700원(부가세 포함)으로 책정했다. 최근 시장에 나온 프리미엄 스마트폰 대부분의 출고가가 80만원 이상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조준호 LG전자 MC사업본부장(사장)이 1일 서울 반포한강공원 세빛섬에서 열린 ‘V10’ 공개행사에 참석해 자사의 신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LG전자는 1일 서울 반포한강공원 세빛섬에서 신제품 공개행사를 열고 자사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V10’을 공개했다. V10은 LG전자가 올해 4월 ‘G4’를 출시한 후 6개월 만에 선보이는 신제품이다. 김종훈 LG전자 전무는 “G시리즈가 세단 차량이라면, V시리즈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비유할 수 있다”며 “소비자에게 역동적이고 수준 높은 사용자경험(UX)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LG전자는 V10에 고급 기능을 대거 탑재했다. 예를 들어 V10의 화면 상단 오른쪽에는 직사각형 모양의 디스플레이가 하나 더 올려져 있는 듯한 이형(異形) 디스플레이 기술이 적용돼 있다. 이 ‘세컨드 스크린’은 메인 화면이 꺼져 있어도 날씨, 날짜, 요일, 배터리 상태 등의 정보를 24시간 보여준다.

또 이 제품 전면에는 각각 120도와 80도의 화각을 지닌 500만 화소 카메라 2개가 탑재돼 있다. 이중 120도 광각 카메라는 같은 거리에서 더 넓은 영역을 사진에 담을 수 있어 단체사진 촬영에 유리하다.

LG전자는 지난 4월 G4의 국내 출고가를 82만5000원으로 책정했다. G4의 전작(前作)인 G3의 출고가는 이보다 더 높은 89만9800원으로 정했다.

V10의 출고가를 70만원대로 결정한 이유에 대해 조성하 LG전자 MC사업본부 부사장은 “제품을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가격으로 공급해 많은 분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V10은 럭스 화이트, 오션 블루, 모던 베이지, 오팔 블루, 스페이스 블랙 등 총 5개 색상으로 글로벌 시장에 출시된다. 한국 시장에서는 럭스 화이트, 오션 블루, 모던 베이지 등 3가지 색상 모델이 8일 출시를 앞두고 있다.

조준호 LG전자 MC사업본부장(사장)은 지난해 10월부터 시행 중인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때문에 신제품 출고가를 낮출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조 사장은 “한국 시장의 경우 단통법 시행 이후 소비자들이 스마트폰 가격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단통법은 통신회사와 단말기 제조사가 가입자에게 줄 수 있는 보조금 상한액을 최대 33만원으로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 이동통신 유통점은 보조금의 15%까지 추가 지원금을 줄 수 있다. 이 이상의 보조금은 법적으로 금지된다.

단말기 모델마다 제공되는 보조금이 비슷해지자 많은 소비자들이 LG전자보다 지명도가 높은 애플과 삼성전자(005930)제품으로 옮겨갔다. 한때 국내 이동통신 단말기 시장에서 20% 이상의 점유율을 유지하던 LG전자 휴대폰사업 부문은 올해 2분기에 단 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LG전자는 단통법 시행 이후 경영 상황이 급격히 악화되자 지난 6월 말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에 잇따라 찾아가 지원금 상한액 폐지 등 단통법 개선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다. 조성하 부사장도 지난달 14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 폐지 등을 통해 통신사업자 간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LG전자는 지난해 10월 단통법 시행 이후 국내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이 어려움에 처했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소비자들은 70만원대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등장을 환영하면서도, 여전히 부담된다는 반응을 동시에 보였다. 대학원생 김은정씨는 “G4나 갤럭시S6보다 더 저렴한 프리미엄 스마트폰이 출시된다고 하니 관심이 생긴다”면서 “그러나 79만원도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여전히 부담스러운 가격”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장준영씨는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 출고가 인하 여력이 충분하다고 지적할 때는 꿈쩍도 안하다가 경영 상황이 어려워지니까 제조사 스스로 출고가를 낮췄다”며 “이 가격보다 더 저렴해질 가능성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