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톱(Top) 3’에 드는 최고급 호텔 브랜드 중 하나인 ‘포시즌스’가 1일 서울 광화문에 문을 열었다. 객실과 피트니스센터, 레스토랑 등의 이용 가격이 인근 5성급 호텔보다 훨씬 비싸다. 국내 호텔업계에서는 과연 포시즌스가 5성급 호텔보다 더 비싼 최고급 호텔을 찾는 고객 수요를 충족할 수 있을지 의문을 표하고 있다.

이그제큐티브 스위트 팰리스뷰 전경.

포시즌스 호텔은 이날 오전 호텔 개관식을 열었다. 경복궁과 청와대가 내려다보이는 스위트룸과 7개의 레스토랑, 프라이빗 바(찰스 H.), 고급 피트니스센터 등을 공개했다. 포시즌스는 인근 소공동의 롯데호텔과, 웨스틴조선호텔, 더 플라자 등 5성급 호텔보다 더 고급 시설을 갖춘 6성급 호텔임을 내세웠다.

포시즌스는 지하 7층, 지상 29층 규모(연면적 6만6000㎡)다. 이 중 11층부터 29층까지 43개의 스위트룸을 포함해 총 317개의 객실을 갖췄다. 일반 객실 가격은 1박에 44만원(연말까지 10만원 상당의 식사권을 제공)이다. 인근 5성급 호텔의 객실 가격(20만원대 후반)과 비교해 약 1.5배 비싸다. 29층 최고급 스위트룸인 프레지덴셜 스위트의 객실 가격도 인근 호텔보다 비싼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호텔과 웨스틴조선호텔의 스위트룸 가격은 1박에 1800만원(세금, 봉사료 약 10% 포함) 수준이다.

포시즌스 클럽 내 수영장 전경.

3개 층으로 구성된 피트니스 센터 ‘포시즌스 클럽’은 765㎡ 규모다. 트레이닝을 위한 스튜디오와 실내 수영장, 골프 연습장, 주스바, 클럽 라운지 등을 갖췄다. 개인 회원 이용권은 5년간 보증금 1억원에 연회비가 341만원이다. 역시 인근 5성급 호텔 이용권보다 보증금은 수천만원, 연회비는 수십만원 정도 더 비싸다.

포시즌스는 이날 비밀스러운 사교 모임이 가능한 프라이빗 바(찰스 H.)도 선보였다. 국내 호텔 중 사전 예약제로 프라이빗 바를 이용하는 곳은 포시즌스가 처음이다. ‘찰스 H.’란 바 이름은 미국 유명 작가인 찰스 H. 베이커의 이름을 따 만들었다. 다양한 종류의 고급 주류를 판매한다는 전략이다. 라운지(60석)와 바(10석), 소규모 개별 룸을 갖췄다. 별도 회원 가입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개별 룸 이용 가격은 3시간에 120만원이다.

호텔 내 일식당 '키오쿠' 전경.

이 밖에도 포시즌스는 프라이빗 바를 포함해 총 7개의 레스토랑(보칼리노, 유 유안, 키오쿠, 마켓 키친, 바 보칼리노, 마루)과 네일 바, 연회를 열수 있는 대규모 볼륨 시설 등을 공개했다. 호텔 내부는 전반적으로 자연 채광을 살리고 각기 다른 컨셉의 한국적인 디자인을 꾀했다.

세계적인 호텔 브랜드인 포시즌스는 마이크로소프트이 빌 게이츠 회장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알 왈리드 빈 탈랄 왕자가 호텔 최대주주다. 현재는 창업자인 이사도어 샤프가 회사 경영을 맡고 있다. 캐나다에서 처음 시작해 현재 세계 35개국에서 95개 호텔을 운영 중이다. 이날 문을 연 광화문 포시즌스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3400억원 규모의 부동산 펀드를 조성해 약 3년만에 건립했다. 올 봄부터 국내 호텔업계 경력직 수백여명을 대거 채용해 개관을 준비해왔다.

호텔 내부 레스토랑 '마켓 키친'의 모습. 호텔 공사 도중 조선 전기부터 일제강점기 시절 도자기와 기와, 금속기 등 다양한 유물이 발견돼 레스토랑 바닥에 전시했다.

포시즌스의 국내 진출에 바짝 긴장했던 호텔업계에서는 이날 공개된 포시즌스에 대해 일단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예상대로 최고급 시설을 내세웠지만, 실제 수요가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하고 있다. 호텔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단 인근의 5성급 호텔 가격 이상의 돈을 주고 숙박을 하는 유명 인사 및 외국인의 수요를 창출해 내는 것이 관건”이라며 “최고급 호텔을 찾는 사람은 극히 한정돼 있고 입소문이 훨씬 중요하기 때문에 초반 흥행몰이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