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김승연 한화 회장)의 가족을 통해 처음 한화에서 일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을 때는 거절했습니다. 이후에 김연배 전 한화생명 부회장께서 추천을 해주시더군요. 그때 수습이 오래 걸리니 돈은 상관없고 임기를 보장해달라고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사실상 경질 수순을 밟고 있는 주진형 한화투자증권 사장(사진)은 1일 조선비즈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본인이 한화증권에 오게 된 계기를 설명하며 "이번 경질을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주 사장은 사장 부임 이후 기존 증권업 행태에서 벗어난 독특한 경영 철학과 튀는 언행으로 금융투자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한화는 지난 9월 여승주 한화그룹 경영기획실 전략팀장(부사장)을 차기 대표이사로 내정했다. 주 사장에 대해 사실상 경질 통보를 한 것이다. 내년 3월까지인 주 사장의 임기가 6개월이나 남아있는 시점이었다.

주 사장은 지난 2013년 7월 한화증권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처음에는 회장님의 가족이 나를 한화에 소개했다"고 말했다. 김승연 회장 등 오너 일가의 필요에 의해서 외부에서 영입된 '구조조정 전문가'였음을 시사한 것이다.

주 사장은 "(한화증권을 맡으면서) 수습이 오래 걸리니 돈은 상관없다. 다만 3년의 임기를 보장하고, 중간에 그만두게 되면 (위약금으로) 2~3배의 보수를 달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결국 2년 6개월 임기를 보장해주는 것으로 합의를 보게 됐다는 것이 주 사장의 설명이다.

주 사장은 취임 이후 한화그룹 수뇌부와 상당한 갈등이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한화그룹이 최근 자신에 대한 경질 수순을 밟은 것에 대해 "그럴 줄 알았다"며 "그래서 처음 취임할 때 임기 보장을 해달라고 이야기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 사장은 "처음 경영기획실 구조본부에서 일하라고 했지만, 구조개혁은 현장에서 적절한 치료를 하는 것이라고 판단해 구조본은 맡지 않겠다고 대답했다"고 했다. 그는 "당장 불이 난 한화증권, 불이 났는데 수습하고 있는 한화손해보험, 불이 꺼져가고 있는 한화생명 가운데 (상황이 가장 급박한) 한화증권을 선택해 오게 됐다"고 말했다.

주 사장은 "고객들의 고혈을 빨아먹어도 이익을 내면 상관없는 것이 한국 증권사 직원들과 오너들"이라며 "결국 한화랑 나는 문화적으로 부딪혔다"고 밝혔다.

주 사장의 경질에 대해 금융투자업계의 해석은 다양하다. 먼저 주 사장의 밀어붙이기식 '개혁'이 실패한 것이 결국 경질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당 매매(매매 수수료를 늘리기 위해 고객 보유 주식을 지나치게 자주 매매하는 행위) 제한과 리서치센터의 매도 권유 보고서 작성 확대 등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반대로 일선 지점과 영업부서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주식 매매 수수료를 정액제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한 서비스 선택제는 지점장들의 집단 반발로 표류하고 있다.

주 사장이 리서치센터를 통해 삼성물산(028260)과 제일모직 합병 반대 보고서를 발행하고, 그룹 내 IT(정보기술) 서비스 회사인 한화S&C로부터의 장비 납품을 거부하는 등의 행위로 그룹의 미움을 샀다는 분석도 있다.

특히 그룹 내 IT서비스회사인 한화S&C 대신 다른 회사로부터 서버 등 IT장비를 구매하려다 오너 일가 등으로부터 '미운털'이 박힌 것 아니냐는 회사 안팎의 지적에 대해 주 사장은 '노 코멘트'라며 말을 아꼈다. 이 의혹은 지난달 주 사장이 증인으로 출석한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처음 제기되고 나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일감 몰아주기' 혐의로 조사하기로 한 상황이다.

한화그룹은 "그룹 차원에서 한화증권이 IT장비를 한화S&C를 통해 구매하라고 압박했다는 주장은 근거 없는 얘기"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주 사장은 "(이 내용은) 공정위가 판단할 일이지 자신들(한화그룹)이 일축할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