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네이버의 인터넷 골목 상권 침해 논란이 뜨거워지자 이해진 네이버 의장은 바로 네이버 부동산과 맛집 정보 사이트 ‘윙스푼’, 여행정보 사이트 ‘윙버스’ 등 7개 서비스를 중단했다. 네이버 직원들은 “그게 이해진 스타일”이라고 평가했다.

문제가 되는 사업에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손을 떼 논란의 여지를 남기지 않은 이해진 의장이지만 유독 뉴스 서비스에서 만큼은 미련이 많은 것 같다. 네이버 뉴스와 관련해선 숱한 논란이 따라 붙었고, 때론 네이버 스스로 뉴스 관련 논쟁의 소지를 만들어 내기도 했지만 뉴스 서비스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도 네이버 뉴스가 도마 위에 올랐다. 한국광고주협회가 ‘포털을 등에 업고 악의적인 기사를 쓰는 사이비 언론을 퇴출하라’고 요구한데 이어 새누리당 여의도연구원은 ‘포털 뉴스가 야당에 우호적’이라는 포털 보고서를 내놓아 포털 뉴스 공정성에 시비를 걸었다. 이 의장 스타일대로면 뉴스 서비스를 접었어야 하지만, 그는 뉴스 서비스를 접는 대신 논란을 막을 정무 조직을 강화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이 의장이 2009년 경영관리본부장이었던 김상헌씨를 대표로 발탁해 대외 업무를 총괄하게 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김 대표 체제에서 네이버는 경쟁사나 일반 대기업에도 뒤지지 않는 최고 수준의 정무(政務) 감각을 발휘했다.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 후보가 성남시 정자동 네이버 본사에 방문한 일이 있었는데, 네이버는 곧이어 이정희(통합진보당) 후보도 초청해 사무실 곳곳을 소개했다. ‘네이버가 새누리당에 가깝다’는 정치적 논란을 피하기 위해 김 대표가 나선 것이다.

또 오는 10월에는 네이버 주도로 포털의 뉴스 제휴 매체의 선정과 퇴출을 결정하는 뉴스제휴 평가위원회가 출범한다. 평가위원회에는 한국방송협회, 한국신문협회 등 언론 유관 기관과 시민단체 15곳이 참여한다.

이 의장이 뉴스 서비스를 포기하지 않고 우회적인 방법을 통해 논란의 불씨를 잠재우고자 한 까닭은 따로 있다. 뉴스만큼 신선한 포털 콘텐츠가 없기 때문이다. 얼마나 빨리 콘텐츠를 업데이트하느냐를 신경쓰지 않아도 언론사들이 알아서 시시각각 업데이트를 해주니, 네이버 입장에서는 가만히 있어도 새로운 콘텐츠가 생기는 어부지리를 누리는 셈이다.

뉴스 서비스를 접을 수 없는 더 큰 이유는 뉴스를 통해 네이버가 생각지도 않았던 ‘권력’까지 쥐게 됐기 때문이다. 많은 언론사들마저 네이버에 뉴스를 띄우기 위해 ‘입점’하려고 줄을 선다. 대통령 후보들이 선거철 네이버 본사를 찾는 이유 중 하나도 네이버 뉴스 서비스가 여론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네이버의 광고주이기도 한 기업들도 포털 뉴스 서비스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네이버는 자사에 불리한 뉴스는 뉴스 메인 화면에 노출시키지 않으며 비즈니스 실리까지 챙긴다.

문제는 검색 점유율이 70%가 넘는 공룡 포털의 뉴스 점유율도 독과점 수준인 70%선에 육박한다는 것이다. 네이버 뉴스 댓글만으로도 여론을 조작할 수 있다는 풍토가 생긴 것도 네이버의 뉴스 점유율이 지나치게 높기 때문이다.

네이버도 뉴스 독과점 문제를 잘 알고 있다. 네이버 내부에서 다음(현 카카오) 뉴스 시장 점유율이 30% 이하로 낮아지면, 독과점 논란 등 네이버에 역풍이 불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수년 간 공정성 시비와 어뷰징으로 얼룩진 네이버 뉴스 서비스에 대해 이제는 이 의장이 특유의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그 출발은 전체 뉴스 소비 시장에서 점유율을 낮추는 일이라는 점을 이 의장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