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공부하는 ‘해외 유학’ 프로그램이 취업준비생들과 직장인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식음료 및 패션·미용 분야 글로벌 기관들이 속속 국내 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하면서 외국에 가지 않고도 해외 선진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일부 아카데미는 일정 과정을 수료하면 현지 제휴 학교로 심화 과정을 연계해주는 프로그램도 갖추고 있다. 현지 체류비 등을 포함해 값비싼 유학비를 들이지 않아도 되는 데다, 시간 절약도 할 수 있어서 효과도 일석이조. 우리나라에서는 구직자들의 스펙 쌓기나 직장인들의 자기계발 코스로도 활용되고 있다.

올해로 설립 120년이 된 프랑스 요리·제과·제빵 전문 학교 ‘르 꼬르동 블루(Le cordon bleu)’는 프랑스·영국·호주·일본 등 전세계 28개국에서 56개 캠퍼스를 운영 중인 세계적인 요리학교다. 매년 배출하는 외식산업 전문가 수만 2만2000여명에 달한다.

국내에선 2002년 숙명여대와 협력해 ‘르 꼬르동 블루 숙명아카데미'라는 이름으로 첫 선을 보였다. 일본에 이어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설립된 르 꼬르동 블루 분교다. 13년간 2000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르 꼬르동 블루·숙명아카데미에서 제과를 담당하는 하비에르 메르카도 셰프(왼쪽)가 학생들에게 설탕을 이용한 제과법을 가르치고 있다.

르 꼬르동 블루는 강사진이 전원 외국인이다. 모두 해외 5성급 호텔 부문별 총 주방장급 경력을 갖고 있다. 수업은 전문 통역사가를 통해 순차 통역으로 이뤄진다.

이곳에서 요리 디플로마를 수료하려면 1년 동안 90회 수업을 들어야 한다. 제과 디플로마를 따려면 9개월 동안 60회 수업을 마쳐야 한다. 두 과정을 모두 마치면 ‘그랑 디플로마’를 따로 받는다. 2016년 정규 과정 겨울 학기는 내년 1월 4일부터 시작한다.

요리보다 서비스 업장 경영 실무를 배우고 싶다면 르 꼬르동 블루 호스피탈리티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택할 수 있다.이 과정은 교육부가 인가한 13개 경영전문대학원 중 유일하게 호스피탈리티 부문에 특화돼 있다.

김지형 르 꼬르동 블루·숙명 아카데미 총지배인은 “국내에선 외국 분교와 동일한 양질의 수업을 30% 정도 낮은 등록금으로 들을 수 있고, 체류비가 들지 않아 경제적인 편”이라고 말했다.

패션 전문학교 디아프(DIAF)는 2007년부터 이탈리아 패션에 특화된 교육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이 곳은 세꼴리(Secoli)·에우로빼오(IED)·마랑고니(Instituto Marangoni) 등 이탈리아 유수 디자인 학교와 제휴를 맺은 이탈리아 유학전문 교육기관이다.

이탈리아에서 에우로빼오를 나온 김성우 교수, 세꼴리 출신 함봉희 교수가 직접 ‘이탈리아식 세꼴리 평면 패턴과 실무 제작’ 등 이탈리아 패션 디자인 실무를 가르친다. 디아프에서 가르치는 ‘세꼴리’ 패턴은 편안함과 자연스러움에 있어서는 세계적으로 가장 앞선 패턴이다. 아르마니 그룹·제냐 그룹·구찌·휴고 보스·프라다·발렌티노 패션 그룹 등이 이 패턴을 주로 사용한다.

LF계열 패션 전문학교 디아프(DIAF)의 수업 모습.

디아프는 2015년 8월 이태리 명문 디자인 학교 ‘에우로빼오’와 패션인재 양성을 위한 국제교류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에 따르면 디아프에서 2년제 전문학사학위를 취득하면 복잡한 절차 없이 바로 에우로뻬오 2학년으로 편입할 수 있다. 유학을 원하는 학생에게는 언어 습득부터 학교 편입까지 전 과정에 걸쳐 편의를 제공한다.

김인권 디아프 대표는 “패션 부문에선 해당 분야 본고장의 선진 커리큘럼을 경험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며 “큰 비용을 들여 해외에서 유학하지 않고도 국내에서 동등한 수준의 교육을 받을 수 있게 코스를 설계했다”고 말했다.

메이크업 분야에서는 ‘크리스찬 쇼보’와 ‘아뜰리에 뷰티아카데미’ 등 프랑스에 본원을 둔 뷰티 아카데미들이 유명하다.

1974년 설립된 글로벌 명문 교육기관 ‘크리스찬 쇼보 뷰티 아카데미’는 프랑스 본교를 기점으로 전 세계에 글로벌 캠퍼스를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선 서울과 경기, 대전 등지에서 19개 캠퍼스를 운영 중이다. 전문 메이크업 아티스트 헬렌 뀌르가 1986년 설립한 ‘아뜰리에 뷰티아카데미’는 세계 44개국에 분원이 있다. 한국에선 전국에 걸쳐 25개 분원에서 색조 화장술과 분장법, 특수효과 등을 가르친다.

정미래 교육부 국제장학팀 총괄은 “조리·패션 디자인·메이크업 분야는 모두 실무 중심 과목이기 때문에 이론만 공부하는 주입식 교육이 아닌 잠재력을 개발하는 교육이 중요하다”며 “전문 학교에서는 이론뿐 아니라 현장 경험을 많이 쌓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