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직장인 A씨는 카카오톡에 은밀한 대화방을 하나 갖고 있다. 친한 친구들과 함께 만든 대화방이지만 메시지 도착 알람은 항상 꺼져 있다. A씨는 회사나 공공장소에서 이 대화방을 절대로 열어 보지 않는다. 불법 음란물을 공유하는 대화방이기 때문이다. A씨와 친구들은 음란물의 인터넷주소(URL) 링크를 공유하는 방식을 주로 이용한다. 가끔은 동영상 파일을 직접 올리기도 한다. 인터넷에서 'OO녀', 'XX녀' 등으로 화제가 된 동영상은 2~3일 내에 대화방에 올라온다. "차단되기 전에 꼭 보라"는 당부 메시지도 함께 남긴다.

모바일 메신저 앱(응용프로그램)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앱이 불법 음란물의 유통창구로 변질되고 있다. 과거에는 컴퓨터 앞에 앉아 파일공유 사이트를 통해 음란물을 내려받았다. 그러나 지금은 스마트폰을 통해 더 쉽고 빠르게 주고 받는다. 특히 SNS는 해외 업체인 경우가 많아 단속도 쉽지 않은 형편이다.

스마트폰에 설치된 모바일 메신저와 SNS 앱을 통해 불법 음란물을 주고 받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 음란물 공유 플랫폼이 된 카카오톡

A씨와 친구들이 카카오톡을 음란물 공유 공간으로 이용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편리하기 때문이다. 또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된 블로그의 경우 정부의 단속에 노출돼 있지만, 카카오톡 같은 채팅 서비스는 들킬 가능성이 희박하다.

A씨는 "친구들끼리 공유하는 동영상 중 일부는 같은 회사 남자 동료들끼리만 보는 대화방에 올리기도 한다"며 "과장님, 부장님도 따로 방을 만들어 음란물을 공유하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폐쇄형 SNS인 '카카오그룹'을 통해서도 음란물 공유가 이뤄진다. 지난해 12월에는 카카오그룹을 통해 아동 음란물 1800여개가 유포돼 전국을 충격에 빠뜨렸다. 이 사건으로 인해 이석우 전 다음카카오(현 카카오) 공동대표가 경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8일 같은 혐의로 검찰에 재소환돼 추가 조사를 받았다.

다음카카오 관계자는 "특정 카카오그룹에서 음란물이 공유된다는 제보를 받으면 즉각 차단하는 등 할 수 있는 조치를 다하고 있다"며 "하지만 카카오톡이나 카카오그룹의 대화 내용은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우리가 직접 감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대전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해 12월 이석우 전 다음카카오 공동대표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청소년성보호법)을 위반한 혐의로 소환해 조사를 진행했다.

◆ 외국 SNS가 더 문제…음란물 유통 1위는 텀블러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관계자들은 텀블러,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외국 SNS가 더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방심위에 따르면 2013년 6650건이었던 불법 유해정보 차단 건수는 지난해 1만9915건으로 3배 이상 급증했다. 해외 SNS가 문제였다. 트위터를 대상으로 한 유해정보 차단 건수는 2013년 3997건에서 지난해 1만3248건으로 4배 증가했다.

올해는 야후가 2013년 11억달러(약 1조3000억원)에 인수한 마이크로블로그 텀블러가 트위터를 제치고 불법 음란물의 온상지 1위에 올랐다. 지난달 31일 기준으로 방심위가 진행 중인 텀블러에 관한 심의 건수 3851건 중 3807건이 음란물에 관한 것이다.

SNS 업계 관계자들은 텀블러에 유독 음란물이 많은 이유로 이 회사의 '관대한' 정책과 '리블로그(reblog)' 기능을 꼽는다. 텀블러는 2007년 설립 당시부터 '너무 잔혹하거나 사회적 규범에 위배되지 않는다면 어떤 종류의 게시물도 허용한다'고 약관에 명시했다.

텀블러 검색창에 'Asian(아시아인)'이라고 입력하자 음란 게시물이 쏟아졌다.

리블로그는 다른 이가 올린 게시물을 본인 계정으로 가져오는 기능을 말한다. 페이스북의 '공유하기'와 같은 개념이다. 텀블러에서는 주로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끼리 리블로그를 통해 서로의 게시물을 공유하는데, 이를 통해 음란물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25일 텀블러 앱의 검색창에 'Asian(아시아인)'이라고 입력하자 아시아 여성들의 나체 사진과 성행위 동영상이 올라간 텀블러 계정들이 대거 노출됐다. 이중 한 곳에 들어가 운영자가 올린 음란물의 출처를 확인했다. 대부분의 게시물이 운영자가 직접 올린 게 아니라 다른 계정에서 리블로그한 것이었다.

◆ '#대전' '#광주'…지명 입력해도 음란물 쏟아지는 인스타그램

사진·동영상 기반 SNS인 인스타그램의 상황도 텀블러와 비슷하다. 인스타그램은 페이스북이 지난 2012년 4월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에 인수한 업체다. 가입자 수가 급속도로 증가해 이달 중순 4억명을 돌파했다. 지난해 12월 3억명을 넘어선 지 불과 9개월 만에 1억명이 더 늘어난 것이다.

인스타그램 앱을 열면 '팔로우(follow)' 관계를 맺은 사람의 게시물이 노출된다. 고의적으로 음란물만 올리는 사람과 팔로우 관계를 맺은 것만 아니면 눈살을 찌푸릴 만한 콘텐츠를 볼 일이 없는 셈이다.

인스타그램 검색창에 '#대전'이라고 입력하자 이와 전혀 무관한 여성 나체 사진이 대거 노출됐다.

하지만 단어 앞에 샵(#)을 붙여 특정 게시물을 검색하는 해시태그 기능을 사용하면 음란물이 쉽게 나타난다. 요즘은 '#대구', '#대전', '#광주' 등 지역 이름을 검색해도 음란물이 나타나 새로운 문제로 꼽히고 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장병완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해외 SNS는 국내 행정력이 미치지 않아 불법 유해정보가 증가하고 있다"며 "해외 SNS도 국내와 동일한 규제를 받을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