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의료기기 수출 품목인 엑스(X)레이 수출실적이 5년 뒤에는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그동안 한국 제품은 미국과 유럽에 비해 가격경쟁력으로 대항해왔지만 더 저렴한 중국과 인도 제품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의료기기업계에 따르면 30여개의 한국 X레이 기업은 중국 150개 기업, 인도 100개 기업에 밀려 가격 인하 경쟁을 시작했다. 중국과 인도는 한국 제품 대비 가격을 50~70%수준으로 낮춰 한국의 수출시장을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X레이는 인체에 X선을 투과해 내부 구조물을 볼 수 있는 기본적인 의료영상 진단 장비다. 모든 병원이 이 장비를 갖추면서 전 세계적으로 X레이 생산기업은 500여개에 이른다. 세계시장 규모도 연평균 4.4% 성장해 2013년 33억 4000만 달러(약 4조원)였다. X레이 시장은 미국의 GE헬스케어, 독일의 지멘스 헬스케어, 네덜란드의 필립스 헬스케어 등 이른바 '빅3' 기업이 전 세계 60% 이상을 차지한다.
한국 기업들도 1990년대 후반부터 X레이 생산에 뛰어들었다. 한국 제품은 미국과 유럽에 뒤지지 않는 성능을 갖춘 대신 가격을 3분의 2로 낮췄다. 한국 병원들의 국산화에 성공한데 이어 개발도상국에도 수출되면서 수출 효자 품목으로 꼽혔다. 특히 정보기술(IT)의 강점을 살려 필름을 없앤 디지털 X레이가 수출 실적을 견인했다. 한국의 디지털 X레이 수출은 2013년 964억원이었고 지난해는 32.9% 늘어난 1280억원으로 전체 수출 품목 5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의료기기 수출은 중국, 인도에 밀려 가격 인하만 내세우고 있다. 의료기기기업 관계자는 "지난해와 올해를 시작으로 한국 의료기기 수출은 향후 5년이 고비"라며 "삼성전자 등 한국 의료기기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지금 시기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예컨대 글로벌 기업들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X레이 사업을 정리하고 중국, 인도에 주문자생산방식(OEM) 형태로 협력 관계를 늘리고 있다. 대신 심층적인 연구개발이 필요한 컴퓨터 단층촬영(CT)과 자기공명영상(MRI)에 집중하고 있다.
김진원 JPI헬스케어 부사장은 "GE헬스케어 등 글로벌 기업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연구개발이 필요한 제품을 남겨두고 나머지는 협력사와 공동 개발하고 있다"며 "한국도 다양한 파트너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심재원 DK메디칼시스템 대표는 "한국 의료기기는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하면 결국 몇 개 안남고 사라질 것"이라며 "다양한 화면으로 영상을 볼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지원하는 등의 강점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