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기업들은 건설·자동차·석유화학 등 자본을 쏟아붓는 사업에 주력하고 있는데, 이런 자본 집약적 업종은 전 세계적으로 수익성이 악화(惡化)되고 있습니다."
글로벌 전략컨설팅 기업인 맥킨지 산하 '맥킨지 글로벌 인스티튜트(MGI)'의 리처드 돕스(Dobbs) 연구소장은 22일 본지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대기업에 큰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한국 대기업의 성장 동력 역할을 해온 자본 집약적 업종이 이제는 오히려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경고'이다.
그는 "중국 인도 같은 신흥국 기업의 급성장으로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으며 가장 먼저 자본재 부문의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런 변화는 한국 경제 전반에 불행한(unfortunate) 일"이라며 "전체 한국 기업 매출액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석유화학, 자동차, 건설, 기계, 수도·가스 부문 등은 이미 수익이 상당히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MGI는 1990년 맥킨지가 세운 연구기관으로, 3개월마다 세계 경제 흐름 등에 대한 분석을 담은 '맥킨지쿼털리'를 출간하고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받은 돕스 소장은 2009년부터 MGI의 소장을 맡고 있다.
자본집약적 업종의 수익성 악화는 글로벌 흐름이다. MGI가 2013년 기준 연간 매출 2억달러가 넘는 세계 42개국 기업 2만8000여 개사를 최근 조사해 발표한 '새로운 글로벌 경쟁' 보고서에 따르면, 건설·자동차·교통·수도·전기·석유화학 등의 업종은 총매출에서 세후(稅後) 순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모두 10% 미만으로 분석됐다.
돕스 소장은 자본집약적 업종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이유로 두 가지를 꼽았다. 하나는 급성장하는 신흥국 기업의 적극적인 글로벌 시장 진출이다. 돕스 소장은 "중국·인도·태국 등의 기업은 자본력에 값싼 노동력까지 갖췄다"며 "이들은 서구(西歐) 경쟁 기업보다 인건비가 25~50% 낮아 시장 가격 경쟁력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고 말했다.
두 번째 이유는 인터넷 기업의 성장이다. 중국의 알리바바, 미국 아마존 등이 비즈니스 플랫폼을 제공하면서 세계적으로 벤처기업 성장 기반이 마련됐고, 이런 벤처기업의 성장이 세계 시장의 기존 질서를 흔들고 있다는 것이다. 돕스 소장은 "인터넷 전화인 '스카이프'의 등장으로 2005년부터 2013년까지 국제전화요금 1500억달러(약 177조원)가 절감된 게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며 "이들이 시장 자체를 파괴하는(disrupt) 추세가 뚜렷하다"고 지적했다.
MGI는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의 수익이 계속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2013년 글로벌 대기업의 수익이 세계 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8%였지만 10년 뒤인 2023년에는 7.9%로 줄어든다는 것이다. 돕스 소장은 "최근 30년간 기업 수익이 연 5%씩 성장했으나 앞으로는 연 1% 대 성장에 그칠 것"이라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돌파구로 돕스 소장은 의약, IT 서비스, 미디어 같은 '아이디어 기반 산업(idea sector)'을 제시했다. 이 산업은 여전히 총매출액 대비 세후순이익의 비중이 10%가 넘는다. 돕스 소장은 "한국 IT 업계는 한국 제조업 총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 정도지만 수익에서는 30%를 차지할 정도로 노른자위 산업"이라며 "한국 경제가 신흥국 도전에 맞서 살아남으려면 자본이나 노동력 같은 양적 투입 대신 질 높고 차별화된 아이디어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