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페이, XX페이, △△페이...모바일 간편 결제 서비스가 쏟아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같은 하드웨어 제조업체부터 신세계백화점까지 뛰어든 그야말로 모바일 결제 춘추 전국 시대다.

흥미로운 점은 OO 페이에 회사의 핵심 전략이 숨어있다는 점이다. 이들 기업은 간편결제 서비스 자체에서 수익을 올리기보다 사내 핵심 제품이나 서비스와 연동해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8개 기업의 모바일 결제 솔루션에 숨은 전략을 파헤쳤다.

① 삼성전자 “단말기 더 팔아보겠다”

삼성페이는 일반 신용카드 단말기로 결제할 수 있다는 강점을 이용해 사용자 수를 빠르게 늘려가고 있다.

삼성전자(005930)는 지난 8월 삼성페이를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삼성페이를 통해 스마트폰을 더 많이 팔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삼성페이에 익숙해진 사용자들은 다음에도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을 찾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삼성페이의 장점은 일반 신용카드 단말기만 있으면 거의 모든 매장에서 쓸 수 있다는 점이다. 신형 기술인 근거리무선통신(NFC) 뿐만 아니라 매장 단말기에서 많이 쓰는 마그네틱 전송 방식도 지원한다.

② 네이버·다음 “쇼핑 이용객 잡겠다”

네이버와 다음카카오는 포털에서 확보한 영향력을 바탕으로 온·오프라인 쇼핑 고객을 잡는 전략을 사용한다.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의 가장 큰 특징은 결제에 사용할 카드 정보를 등록해 두면 로그인만으로도 간편결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네이버의 '샵윈도', 다음카카오의 '카카오스타일' 같은 쇼핑몰에서 결제가 훨씬 쉬워진다. 네이버와 다음카카오는 오프라인까지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백화점, 편의점과의 제휴도 추진하고 있다.

③ SK플래닛 “오프라인에서는 시장 선점”

온라인 후발주자인 SK플래닛은 판을 뒤집는 수단으로 ‘시럽페이’를 내놓았다. SK플래닛의 서비스 중 식사 메뉴를 추천해주는 ‘시럽테이블’, 선주문서비스 ‘시럽오더’와 간편결제 서비스 ‘시럽페이’를 연계해, 메뉴 선정부터 결제까지 끝내고 식당에 찾아가 먹기만 하면 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SK플래닛은 온라인에서는 후발주자였지만, 온오프라인이 통합되는 O2O(Offline to Online)에서는 선두가 되겠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④ 현대·신세계·롯데백화점 “고객 관리”

신세계그룹은 지난 7월’'SSG페이’를 출시했다. 롯데그룹도 '엘페이', 현대백화점그룹은 'H월렛'이라는 간편결제서비스 출시를 준비 중이다. 유통업체의 간편결제서비스는 결제 기능뿐 아니라 ‘고객관리’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백화점 기업들의 결제 솔루션은 대체로 해당 백화점과 문화시설, 온라인 몰에서만 이용할 수 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주차 관리, 포인트 적립 등 기존 고객관리 기능을 SSG페이에 통합시켜 효율적인 고객관리가 가능해졌다”며 “향후 이용자들의 구매데이터가 충분히 쌓이면 빅데이터를 통한 마케팅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⑤ NHN엔터 “결제 회원을 바탕으로 다른 플랫폼 진출”

NHN엔터테인먼트는 한국스마트카드와 제휴해 티머니를 이용하는 고등학생들을 간편결제서비스 시장에 끌어들였다

네이버와 다음카카오가 기존 회원들을 결제 서비스로 끌어들이는 방식이라면, NHN엔터테인먼트는 간편결제 서비스 ‘페이코’로 이용자를 확보한 뒤 이를 바탕으로 게임과 쇼핑 회원을 늘리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NHN엔터는 페이코 가맹점을 확대하기 위해 티머니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국스마트카드와 제휴했다.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간편결제 서비스와 다양한 분야가 연결될수록 보다 많은 사업 기회가 생겨난다”며 “지금은 간편결제 시장이 초기단계라 각 회사의 사업 형태가 다르지만, 결국은 간편결제 서비스와 온·오프라인의 다양한 사업을 연계해 거대한 ‘생태계’를 만드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