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모바일 결제 솔루션 ‘삼성페이’의 초반 돌풍이 무섭다. 삼성페이는 8월 20일 출시 이후 한 달 만에 신용·체크카드 등록 사용자가 50만명을 넘어섰다. 하루 평균 등록되는 카드 수는 1만6000장, 하루 평균 결제금액만 8억원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삼성페이가 시장에 안착할 경우 삼성전자의 모바일 기기 전략이 하드웨어에서 결제솔루션인 삼성페이로 바뀔 수 있다고 분석한다. 스마트폰에 딸린 부수기능이 아닌 삼성페이를 사용하기 위해 삼성전자 스마트폰을 구입하는 방향으로 영업 전략을 바꿀 수 있다는 뜻이다.

◆ 신종균 사장, 저가 스마트폰 삼성페이 장착 예고

삼성전자의 모바일 기기 전략이 페이 중심으로 급속히 옮겨가고 있다. 최근 신종균 삼성전자 IM(IT·모바일)부문 사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모바일 결제서비스 삼성페이를 중저가 스마트폰과 웨어러블 기기에도 탑재시키겠다고 밝혔다.

현재 삼성전자는 삼성페이를 지난 4월 출시한 ‘갤럭시S6’와 ‘갤럭시S6엣지’, 지난달 출시한 ‘갤럭시노트5’와 ‘갤럭시S6엣지 플러스’ 등 고가 스마트폰 4종에만 탑재한 상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구체적인 숫자를 공개할 순 없지만, 예상했던 것보다 삼성페이가 빠르게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며 “삼성페이가 시장에 안착하고 사용자들이 사용법에 익숙해질 경우, 스마트폰의 경쟁력이 하드웨어에서 페이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삼성페이 애플리케이션(앱)을 실행하면, 저장된 카드가 나오며, 아랫쪽 버튼을 누르면 카드가 활성화 되는 애니메이션이 등장한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갤럭시노트5의 경우 구매자 절반 이상이 삼성페이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삼성카드가 지난 7월15일부터 8월19일까지 진행한 베타테스트 기간 중 삼성페이를 이용한 회원들의 결제 행태를 분석한 결과, 삼성페이를 이용해 본 사용자가 다시 삼성페이로 결제하는 비율이 86.4%에 달했다.

삼성전자는 삼성페이의 초반 돌풍을 이어가기 위해 은행과의 제휴도 넓혀가고 있다. 우리은행과 제휴를 맺고 삼성페이로 ATM에서 금융거래를 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또 교통카드 기능을 추가하고 삼성페이를 통해 은행 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는 서비스도 개발 중이다.

삼성전자 갤럭시노트5의 모습.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5에 5.7인치 쿼드HD(고화질) 슈퍼 아몰레드 디스플레이를 장착했다.

◆ 삼성페이, 이제 ‘시작’이다…글로벌 진출 가속화

삼성전자가 삼성페이를 중심으로 글로벌 진출 계획을 짜는 것도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인 결제 중심으로, 모바일 전략이 진화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삼성전자는 오는 28일 미국에서 삼성페이를 선보인 후 이르면 연말까지 중국에도 삼성페이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영국·스페인 등 유럽 공략 계획도 수립했다.

삼성전자는 삼성페이의 글로벌 진출을 위해 미국, 중국 등 여러 은행과 제휴를 맺고 있다. 미국에서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US뱅크·비자카드·마스터카드가 1차 제휴 파트너다.

이인종 삼성전자 부사장은 “미국 체이스, 디스커버리 등 삼성페이 제휴사가 늘고 있다”며 “미국에서도 한국처럼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사전 체험단을 운영한 뒤, 정식 서비스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삼성페이를 사용해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 카드를 사용하고 있는 모습

중국에서는 현지 최대 신용카드 업체인 유니온페이와 기술 연동 등 마무리 협상 단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니온페이는 중국 내 카드발급 매수가 50억장(신용·체크카드 포함)에 달하며, 가맹점수만 2200만개에 이른다. 지난해 기준 전 세계 카드 발급량에서 유니온페이의 비중은 52%에 달한다.

삼성페이와 유니온페이가 제휴를 맺을 경우 중국 내 사업에서 두 기업의 시너지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유니온페이를 사용하기 위해 삼성전자 스마트폰을 구입하게 되면, 삼성전자의 중국 사업에도 호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나운천 삼성전자 루프페이 최고운영책임자(COO) 부사장은 “삼성페이는 MST 방식을 통해 미국 시골에 있는 어떤 가게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다”며 “1년 후엔 삼성페이의 거래금액이 애플이나 구글 등 경쟁사의 거래 금액을 뛰어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