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산업 채권단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에게 금호산업 지분 '50%+1주'를 7228억원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박 회장은 자신이 제시한 가격보다 181억원이 많지만 그룹 지주사인 금호산업 경영권 확보를 위해 채권단 제안을 받아들일 것으로 보인다.

금호산업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18일 "55개 채권기관으로부터 99.5%의 동의를 얻어 박 회장에게 금호산업 지분 50%+1주를 7228억원에 매각하기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채권단과 박 회장은 그동안 금호산업 매각가를 놓고 줄다리기를 해왔다. 채권단이 올 7월 1조원(1주당 5만9000원)이 넘는 가격을 제시한 데 대해 박 회장은 지난달 말 6503억원(1주당 3만7564원)을 역으로 제안했다. 이후 박 회장은 매입가를 7047억원으로 올렸고, 채권단은 7228억원을 최종 매각가로 결정했다.

재계에선 박 회장이 채권단 제시 가격을 받아들일 것으로 보고 있다. 박 회장이 이 가격을 수용하면 추석 연휴 이전에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고 자금조달계획서도 내게 된다.

관건은 현금이 부족한 박 회장이 7000억원이 넘는 인수 자금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이다. 박 회장은 금호아시아나그룹 워크아웃 과정에서 보유 지분이 줄었고, 금호석유화학 지분 매각 등으로 보유 자산도 많지 않은 상황이다. 보유 중인 금호타이어 지분 7.99%도 채권단에 담보로 잡혀 있다. 채권단은 박 회장의 자금 사정을 고려해 별도의 계약금(매매가의 10%)을 받지 않기로 했다. 대신 박 회장이 연내에 지분 인수에 실패하면 매매가의 5%(약 361억원)를 위약금으로 물릴 방침이다.

박 회장은 이날 본지 통화에서 "채권단으로부터 공식 통지가 오면 임원들과 상의해 매수 여부를 하루 이틀 내에 통보하겠다"면서 "더 이상 시간 끌 일이 뭐가 있느냐. 자금 조달 방안을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재계에선 박 회장이 신세계·CJ 등 우호 세력과 공동으로 지분을 인수해 자금 부담을 줄일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주식 담보 대출을 받아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채권단으로부터 주식을 넘겨받으면 박 회장의 지분율은 60%에 육박하게 되는데, 이 중 지배권 유지에 필요한 30~40%를 제외한 나머지 지분을 담보로 맡겨 인수 자금을 대출받는다는 것이다. 금융계에선 박 회장이 금호산업 지분을 담보로 맡기면 최대 1500억원가량을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 회장은 금호고속을 매각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논란이 되는 일은 벌이지 않을 것"이라며 "별도로 인수 자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금호터미널 자회사인 금호고속을 매각한 돈으로 금호산업 지분을 인수하면 순환출자 구조가 만들어진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