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항소법원, "특허를 위반한 삼성 제품 판매 금지 안한 건 잘못"
삼성전자, 전원합의체 재심리로 시간 벌기 나서
삼성전자에 유리하게 전개됐던 삼성전자와 애플 간의 특허 공방이 원점으로 되돌아올 전망이다.
미국 연방항소순회법원이 17일(현지시각) 삼성전자(005930)스마트폰 판매금지 가처분 요청을 기각한 캘리포니아북부연방지방법원 새너제이지원의 판단이 잘못됐다며 애플의 손을 들어줬다.
워싱턴DC 연방항소순회법원은 이날 지난해 8월 캘리포니아 북부연방지방법원 새너제이 지원의 판결과 관련해 애플이 낸 항소심에서 화면에서 밀어서 잠금화면(LOCK)을 푸는 기술, 단어 자동완성, 이름을 누르면 전화로 빠르게 링크가 연결되는 데이터 태핑 등 삼성전자가 애플의 특허기술을 침해했다고 판결했다.
킴벌리 무어(Kimberly Moore) 연방항소순회법원 소속 판사는 이날 판결문에 "특허를 위반한 삼성전자의 제품 판매를 금지하지 않은 것은 법원의 권한을 남용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권 분쟁은 지난해 5월부터 시작됐다. 당시 애플이 제기한 특허권 침해 소송에서 루시 고 판사는 삼성전자가 애플의 특허 기술을 사용했다는 점을 인정해 1억 1900만 달러(약 1388억원)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애플은 특허료를 챙기는 데 만족하지 않고 지난해 8월 캘리포니아북부연방지방법원 새너제이지원에 삼성전자가 애플 특허를 침해했다며 '갤럭시S3' 등 스마트폰 9종 판매를 금지해 달라고 요청했다. 새너제이지원은 애플의 소송을 기각했으나, 애플은 올해 항소심을 제기해 연방법원에서 애플에 유리한 판결을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애플은 오랫동안 삼성전자가 자사의 특허 기술 사용으로 인해 금전적 피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애플은 삼성전자가 (애플의) 혁신적인 기업 이미지에 상처를 입혔으며, 판매를 떨어뜨렸고 제품을 저급하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마이클 캐리어 러트거즈 대학 법학 전문 교수는 이번 판결이 "애플에 새 힘을 불어 넣고 시장에서의 입지를 탄탄하게 할 것"이라며 "애플은 삼성전자를 넘어 다른 제조업자와의 미래 소송에서도 이길 수 있는 무기를 챙긴 셈"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항소법원의 이번 판결이 삼성전자의 미국 시장 판매에 영향을 미치긴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한다. 애플이 제기한 특허 소송의 대상은 2011년 이후 출시된 갤럭시S2, 갤럭시S3 등으로 더이상 시장에 유통되지 않고 있다.
이번 판결로 사안이 곧바로 1심 법원으로 파기 환송되는 일도 없을 전망이다. 판결 직후 삼성전자는 곧바로 항소법원에 전원합의체 재심리를 요구했다. 전원합의체 재심리는 대법관들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고 소수의 의견이 나오거나 그 사건이 종전에 대법원에서 판시한 헌법·법률·명령, 규칙의 해석적용에 관한 의견을 변경할 필요가 있음을 인정하는 경우 대법관 전체를 대상으로 심리를 다시 여는 것을 말한다.
삼성전자는 전원합의체 재심리를 신청하는 이유에 대해 2대 1로 의견이 갈린 항소법원을 판결을 강조했다. 유일하게 반대의견을 낸 쉐론 프로스트(Sharon Prost) 판사는 "삼성전자의 제품이 애플의 판매에 엄청난 위협을 끼쳤다는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애플이 주장한 아이폰의 특허 기술 2가지는 아주 작은 기능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항소법원이 삼성전자의 요청을 받아들여, 전원합의체 재심리를 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며 "재판이 다시 열리게 될 경우 특허 침해 기술 사용 금지 문제를 놓고 항소법원에서 한 차례 더 공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