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증시가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8월 초부터 빠르게 하락하던 닛케이평균은 9일 하루에만 7.7% 폭등했다. 하지만 10일에는 2.5% 급락했다.

일본 증시가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지에 대해서는 증시 전문가들도 의견이 엇갈린다. 하지만 엔화 환율이 일본 증시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게 해주는 지표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8월 들어 본격화된 엔화 강세 흐름이 계속 이어지면 일본 기업의 수출 경쟁력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고 일본 증시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 반면 엔화 약세로 돌아서면 일본 증시의 반등이 본격화할 수도 있다.

미·중 양국에 달린 엔화 환율

미국 달러화 대비 엔화 환율은 8월 들어 꾸준히 하락했다. 7월 말 달러당 123.58엔이던 엔화 환율은 9월 초 119.93엔까지 떨어졌다. 아베 정권 들어 꾸준히 이어지던 엔화 약세 흐름이 반대로 움직인 것은 중국 때문이었다. 중국은 지난달 11일 깜짝 위안화 절하 조치를 단행했다. 중국 경제가 예상보다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전 세계 증시가 휘청거렸다. 이후 발표된 중국 제조업구매관리자지수(PMI), 수출입 금액 등 여러 경제 지표도 부진했다. 중국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안전 자산인 엔화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다. 이 때문에 엔화 환율은 8월 들어 119엔대까지 떨어졌다.

증시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중국의 경기 부양책이 언제, 어느 수준으로 나오느냐에 따라 엔화 환율이 어떻게 움직일지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허진욱 삼성증권 거시경제팀장은 "엔화 강세는 중국 경제의 불확실성 때문에 나타난 흐름"이라며 "25일로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까지는 이런 흐름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고 이후 중국이 어떤 정책을 내놓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기준 금리 인상도 엔화 환율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달러 강세 현상이 뚜렷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송흥익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고 유럽과 일본은 양적 완화 정책을 1년 이상 더 실시한다면 달러 강세가 뚜렷이 나타날 것"이라며 "달러 강세는 곧 엔화 약세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투자자는 엔화 약세에 손

엔화 환율을 둘러싼 변수가 많지만 국내 투자자들은 엔화 약세 쪽에 손을 들어주고 있는 모습이다. 펀드 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올해 6월 이후 일본 주식형 펀드에 순유입된 자금은 5098억원에 이른다. 올해 전체로 보면 유럽 펀드에 순유입된 자금이 일본 펀드의 두 배에 이르지만, 6월 이후만 놓고 보면 일본 펀드에 순유입된 자금이 2.5배나 된다.

일본 펀드에 자금이 몰리는 것은 앞으로 일본 증시가 살아날 것이라고 보는 투자자가 많다는 의미다. 엔화 강세 흐름이 나타난 최근 1개월간 일본 펀드 수익률은 -14.5%로 부진하다. 하지만 최근 1년 수익률은 12%로 전체 해외 주식형 펀드 수익률(-3.6%)을 훌쩍 웃돌고 있다.

송 연구원은 "미국의 기준 금리 인상이 엔화 약세로 연결되는 구조가 지속될 것"이라며 "미국 기준 금리 인상 시기에 대안은 일본 주식"이라고 말했다.

일본에서도 헬스케어·유통 업종 수익 좋아

일본 증시는 다른 선진국 증시에 비해 기업들의 실적이 좋은 편이다. KDB대우증권에 따르면 일본 닛케이평균 구성 종목의 당기순이익 전망치는 올해 들어 1.7% 상향 조정됐다. 같은 기간 미국 S&P500과 독일 DAX 구성 종목의 당기순이익 전망치가 각각 6%, 1% 하향 조정된 것에 비해 선전하고 있다. 여러 업종 중에서도 헬스케어, 유통의 당기순이익 증가율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헬스케어는 51%, 유통은 41.5%에 이를 전망이다. 엔화 약세 수혜주로 꼽히는 IT(23.8%), 자동차(14.6%)도 당기순이익 증가율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엔화 강세 흐름이 계속되면 일본 증시가 부진할 가능성도 크기 때문에 실적만 보고 투자하는 것은 위험할 수도 있다. 김정호 KB투자증권 연구원은 "달러화 대비 엔화 환율은 당분간 약세로 전환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닛케이지수가 앞으로도 흔들릴 가능성이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