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꽃, 블랙베리 향. 자두와 체리, 페퍼민트, 계피, 훈제햄의 복합적인 맛. 한마디로 말하자면 이것은 이 지구의 맛이 아니다."
영국의 위스키 제조업체 아드벡이 7일(현지 시각) 발표한 2011년산 위스키의 성분과 맛에 대한 분석 보고서 일부다. 칭찬으로 가득 찬 평범한 시음평이지만, 이 위스키는 인류 역사상 가장 독특한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원래 위스키는 참나무(오크)통에서 숙성된다. 하지만 이 위스키는 지상 350~460㎞의 우주공간을 돌고 있는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숙성됐다. 흔히 맛있거나 새로운 음식에 '천상(天上)의 맛'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이 위스키는 진짜 천상에서 만들어진 위스키인 셈이다.
아드벡은 2011년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함께 우주공간에서 술이 어떻게 숙성되는지 실험을 시작했다. 크게 두 가지 목적이 있었다. 먼저 술이 숙성되는 원리를 밝히기 위해서다. 맥아(麥芽)로 만든 위스키는 통을 만드는 나무, 온도, 습도, 고도 등 숙성되는 환경에 따라 맛과 향, 알코올 함량 등이 변한다. 하지만 왜 이런 변화가 일어나는지 명확한 원리는 아무도 모른다. 우주 위스키 실험을 통해 무중력(無重力) 상태에서 술을 숙성시켜보면, 중력과 술의 숙성이 어떤 관계가 있는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 목적은 언젠가 다가올 우주시대를 대비한 술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500명이 넘는 우주인(宇宙人)들이 우주를 다녀왔지만, 술은 제공되지 않았다. 아폴로11호 우주인이었던 버즈 올드린이 우주에서 와인을 마셨지만, 이는 지구의 성찬식(聖餐式)을 재연하기 위해서였다. 주류회사들은 우주에서 술의 변화를 관찰하면, 우주인 전용 술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드벡은 위스키가 보관된 오크통에서 샘플을 채취, 2012년 1월 소유즈 우주선에 실어 ISS에 보냈다. ISS에서 위스키는 원래 담겨 있던 오크통과 같은 나무 재질로 만들어진 특수한 박스에서 온도와 습도가 일정하게 보관됐다.
이 샘플은 2014년 9월 지구로 돌아왔고, 과학자들은 지구에서 숙성된 위스키와 우주에서 숙성된 위스키가 2년8개월간 어떻게 달라졌는지 비교했다. ISS에서는 지금도 우주 위스키 실험이 이어지고 있다. 일본의 주류회사 산토리는 지난달 19일 발사된 고노토리호에 위스키 샘플 6개를 실어 ISS로 보냈다. 각기 다른 날 만들어진 6개 샘플은 앞으로 1~3년간 우주 숙성 과정을 거치게 된다. 산토리 측은 "무중력인 우주에서는 위스키가 더 부드러워질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더 부드러운 위스키를 만드는 것이 실험의 목표"라고 밝혔다.
영국 위스키 제조업체 발렌타인은 우주용 위스키잔까지 만들어냈다. 무중력 공간에서는 액체가 사방으로 퍼져나간다. 이 때문에 위스키를 한 모금씩 마시며 즐기는 기분을 느끼기 힘들다. 발렌타인이 지난 3일 공개한 우주용 위스키잔은 특수하게 제작된 밸브와 관을 이용, 잔 아래쪽에 담겨 있는 위스키를 한 모금씩 마실 수 있는 유리잔이다. 유리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3D프린터로 찍어냈다. 피터 무어 발렌타인 주조 책임자는 "그들(우주인)이 모험을 떠날 때, 항상 가지고 다니고 싶어 할 물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