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부엌 한켠에서 만들어 판 동백기름 장사가 70년 세월을 거치며 'K뷰티(한국식 화장법)'의 아이콘이 됐다.
9일 경기도 오산시 가장산업단지에 위치한 아모레퍼시픽 뷰티사업장에서 열린 '아모레퍼시픽 창립 70주년' 기념 간담회.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은 "어머니의 부엌은 아모레퍼시픽 뷰티캠퍼스가 됐고, 후암동에서 시작한 2평 남짓한 작은 연구실은 이제 세계적인 화장품 연구단지가 됐다"며 지난 70년 세월을 정리했다.
서경배 회장은 "아시안 뷰티(아시아의 미)로 전 세계 소비자를 기쁘게 만들자는 꿈이 이제 현실이 됐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개척이 덜 된 중동·중남미·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시장 등을 겨냥해 계속 투자를 늘려가겠다는 출사표였다.
올해로 창립 70주년을 맞은 아모레퍼시픽은 2020년 '그레이트 글로벌 브랜드 컴퍼니'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해외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핵심은 1990년대 초반 진출, 20여년 동안 큰 성장을 이룬 중국이다. 2014년 상하이 뷰티사업장이 가동을 시작하면서 생산과 연구시설뿐 아니라 물류도 중국 내 업계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서경배 회장은 최근 불어닥친 중국 경제 성장 둔화, 위안화 평가 절하 등의 중국발(發) 우려에 대해서 "중국 내 화장품 수요가 2억명에 접근하고 있는데, 앞으로 5억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생각한다"며 "중국의 거시적인 환경에 대해 (부정적인) 이야기를 많이 하곤 하지만, 우리는 우리 산업만 바라보고 겸손하게 공부하는 자세로 헤쳐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뿐 아니라 미주, 프랑스 시장 공략도 활발히 전개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서 회장은 "아직은 해외매출이 20%를 갓 넘긴 실정이라 우선순위 차원에서 아시아 시장에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것"이라며 "아시아에서 머무는 것을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여기서 힘을 얻은 다음 서양으로 가려 한다"고 말했다.
서양, 특히 유럽은 지금의 아모레퍼시픽을 만들어 준 스승 같은 존재다. 아모레퍼시픽의 전신 '태평양' 창업자 고(故) 장원 서성환 선대회장은 1960년 7월 프랑스로 떠나 선진 화장품 문화를 배워왔다. 서경배 회장은 "앞으로 유럽이나 미국에서 성공할만한 브랜드가 있다면 인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주력 수출 브랜드로 설화수·라네즈·마몽드·에뛰드·이니스프리 5개를, 그리고 차세대 수출 브랜드로 프리메라·려·아이오페·헤라를 낙점했다. 이 브랜드로 인구 1000만명 이상의 글로벌 메가시티를 중점적으로 공략한다. 중산층과 부유층이 모여드는 싱가포르·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주요 도시들이 1차 대상이다.
아시아 다음 공략 대상은 '화장품 불모지'인 중동과 '한국에서 가장 먼 땅' 중남미로 잡았다. 서경배 회장은 "중동과 중남미는 미의식이 높고 중산층이 증가하는 잠재력이 큰 시장이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전 세계를 돌고 난 후 아모레퍼시픽이 손을 뻗칠 마지막 시장은 북한이 될 가능성이 크다. 서성환 선대회장은 황해도 평산군 적암면에서 태어나, 개성에서 터를 잡은 '개성상인'이다. 서경배 회장은 "선대회장 때부터 북한 진출에 대해 오랜 기간 생각을 해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