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닷컴

연희동 '개나리언덕'이 개발 예정인 가운데 소설가 김영하씨도 공사 반대운동에 합류해 화제가 되고 있다.

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궁동산 자락. 대형 굴착기로 땅을 파내는 공사 현장에 주민 10여명이 모였다. 공사장과 맞닿은 집에 사는 소설가 김영하(47)씨도 함께였다. 김씨를 비롯한 주민들은 시위장에서 볼 수 있는 팔 동작을 하며 "안전대책 없는 개나리 언덕 난개발을 즉각 중지하라"고 외쳤다.

김씨는 1995년 등단해 동인문학상, 이상문학상, 김유정문학상, 만해문학상 등을 수상한 한국의 대표적 작가다. 그런 김씨가 이날 펜 대신 주먹을 쥐고 '투쟁'에 나섰다. 그가 내건 투쟁 대상은 '합법을 가장한 폭력'과 '힘과 돈의 논리'. 그는 "지난 몇 달간 굴착기가 내 담벼락과 나무를 부수는 모습을 마당에 앉아 하염없이 지켜보며 문득 독자들의 억울한 이야기를 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이날부터 8일까지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 사이 자기 집 앞마당에서 '억울하고 답답한 사정을 말하는 독자와의 만남'을 갖기로 했다.

김씨는 현실 참여형 작가로 평가받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런 그는 지난 7월 말 조용히 글 쓸 곳을 찾아 이곳으로 이사왔다가 주민들 쉼터였던 아담한 숲과 언덕이 공사로 사라지는 걸 보고 행동에 나섰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 수십 건의 민원을 제기했지만 구청에선 '문제가 없다'는 답변만 내놓았다"고 주장하며 "내가 그동안 너무 다른 세상에서 고고하게 살아왔음을 느꼈다"고 했다.

김씨와 인근 주민이 문제 삼는 개발 현장은 그의 집에 인접한 궁동산 자락 4950㎡ 부지로, 현재 빌라를 짓기에 앞서 지반 다지기가 한창이다. 지난 3월 서대문구청으로부터 토목 개발이 가능한 '토지 형질변경 승인'을 받아 공사에 들어간 개발업체는 빌라 3개 동(棟) 24가구를 지을 계획이다.

김씨 등 일부 주민들은 개나리 나무와 소나무 등이 빼곡히 심겨 수십 년간 개발이 불가능했던 지역에 갑자기 빌라 신축 허가가 난 과정과, 공사 중 토사 유실 가능성을 문제 삼아 공사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서대문구청 관계자는 "2010년 태풍 '곤파스'로 궁동산 수목들이 다수 뽑혀나가는 바람에 생태 보존 지역 평가 등급이 내려갔다"며 허가 과정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개발업체 측도 "안전에 필요한 조치는 전부 했고 실제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소설로 세상을 그려온 김씨가 도심 녹지를 둘러싸고 '개발 대(對) 보존'으로 갈라진 불화(不和)의 주인공이 된 셈이다.

소식을 들은 누리꾼들은 "개나리언덕, 어떤 쪽 편도 들어줄 수 없는 팽팽한 신경전이네" "개나리언덕, 참 한적하고 좋은 곳이었는데 개발된다니 좀 아쉽다" 등의 의견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