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엘 나달이 3일 디에고 슈바르츠만과 벌인 US오픈 테니스 남자 단식 2회전에서 공을 받아넘기고 있다.

"나는 세계 랭킹 8위 선수입니다. 100위가 아니라고요."

3일(한국 시각) US오픈 남자 단식 2회전(64강)에서 승리한 뒤 기자회견에 나선 라파엘 나달(29·스페인)은 정색을 하고 말했다. '팬들이 최근 당신에 대해 걱정하고 있는데 괜찮은가'라는 질문이 나오자 발끈한 것이다. 평소 매너가 좋고, 언론과도 친밀한 나달이었기에 이례적인 모습이었다. 나달은 "요즘 기자회견 때마다 나를 마치 200위 선수인 것처럼 대하는데 내 플레이에는 문제가 없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급기야 해당 질문을 한 기자가 나달에게 사과했지만 부상과 부진에 대한 우려는 계속될 것 같다. 메이저 통산 14승에 빛나는 나달은 최근 몇 년간 부상으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US오픈에서 2차례(2010·2013년) 우승한 그는 지난해에는 손목을 다쳐 출전하지 않았다. 이날 2회전에서도 나달은 디에고 슈바르츠만(74위·아르헨티나)을 3대0(7―6 6―3 7―5)으로 꺾었지만, 첫 세트부터 타이브레이크까지 가는 등 대회 초반임에도 약체를 상대로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여자 세계 1위 세리나 윌리엄스(미국)는 여자 단식 2회전에서 키키 베르텐스(110위·네덜란드)를 2대0으로 물리치고 32강에 진출했다. 윌리엄스는 이번에 우승하면 US오픈 여자 단식 최다 우승(7회) 기록과 함께 1988년 슈테피 그라프(독일) 이후 처음으로 한 해에 4개 대회를 제패하는 '캘린더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게 된다.

부상으로 기권한 마리야 샤라포바(러시아) 대신 본선 티켓을 손에 넣었던 다리야 카사트키나(133위·러시아)는 2회전에서 79위 아나 콘저(79위·크로아티아)를 2대0으로 물리치며 돌풍을 이어갔다. '러키 루저(예선 탈락했지만 기권자 대신 본선에 진출한 선수)'가 대회 3회전까지 오른 건 1993년 이후 22년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