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산(産)' 지역 산물 전성시대가 열리고 있다. 대형마트는 물론 화장품, 식음료 업체까지 '제주산' 제품을 내놓고 있다. 제주도에서 나는 농·축·수산물이 잘 팔리다 보니 '제주산'을 선점하기 위해 미리 입도선매(立稻先賣)하거나 제주도 자체와 업무 협약을 맺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는 것이다.

화장품·식품·대형마트, "제주産을 모셔라"

이마트의 경우 올 추석 선물용으로 '제주 한라산 표고버섯세트'와 '제주 흑돼지 햄 선물세트'를 처음 내놓았다. 지난해 6월 선보인 제주산 참기름이 3개월 만에 5만병이 팔리는 등 제주산 상품 인기가 치솟는 것을 노린 것이다. 제주산 참기름 판매량은 그 전까지 가장 많이 팔린 국산 참기름 판매량의 8.7배에 달했다. 최훈학 마케팅 팀장은 "요즘 제주산 제품은 값이 비싸도 잘 팔려 '제주 프리미엄'이라는 말이 나온다"며 "2013년 1000억원 수준이었던 제주 상품 매입량을 올해 1700억원까지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마트는 제주 선단(船團)과 직거래하는 고등어 물량을 지난해 2배 규모인 30억원어치로 늘렸다. 제주산 고등어 매출이 작년 상반기의 3배로 뛰었기 때문이다. 다른 지역 고등어 매출이 12% 정도 감소한 것과 정반대이다. 이관이 롯데마트 신선식품 부문장은 "9월부터 제주 광어 양식장도 운영할 예정"이라며 "겨울 월동 채소 등 제주산 제품 물량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제주' 바람이 가장 거센 분야는 화장품이다. 제주산 원료 사용으로 청정(淸淨) 이미지를 부각하는 데 적격이기 때문이다. 아모레퍼시픽의 화장품 브랜드 이니스프리의 경우 2008년 제주 녹차(綠茶)를 활용한 제품군을 내놓고 있는데 브랜드 매출의 3분의 2 이상이 제주산 제품에서 나온다. 이니스프리의 올 상반기 매출(2891억원)은 작년 상반기 대비 30.3% 늘었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제주테크노파크와 제주 화장품 산업 및 브랜드 육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올 5월 제주도 화산 암반수를 함유한 화장품인 비욘드 메이드 인 제주 미라클 라인을 선보였다.

식품업체인 CJ제일제당은 8월 28일 제주도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내년 상반기부터 제주 제품을 출시한다. 자체 개발한 행복한 콩으로 기른 '제주 콩나물'의 계약 재배 농가를 지난해 9곳에서 올해 25곳으로 늘렸다. 문병석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장은 "국내 최초의 제주산 탄산수 제품도 내놓을 것"이라며 "제주도와 업무협약으로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해 제주 농민들에게도 짭짤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의 청정·긍정 이미지 활용해 브랜드 고급化

유통업계에 '제주 바람'이 부는 것은 제주도가 갖고 있는 자체적인 긍정 이미지 덕분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제일기획 빅데이터 분석 조직인 DnA센터가 2013년 8월부터 올 8월까지 트위터와 블로그, 커뮤니티 등 인터넷에 올라온 제주 관련 글 2200만건을 분석한 결과 긍정적인 단어가 부정적인 단어의 3.7배였다. 이는 서울(1.5배), 강원도(2.6배)보다 많은 수치이다. 제주도와 관련해 자주 등장한 단어는 '매력적인' '친환경' '깨끗함' '바다' '자연' 등이었다. 지현탁 DnA센터장은 "제주도는 한국의 다른 지역보다 긍정적인 단어가 많이 연상되는 곳"이라며 "이런 긍정적인 이미지를 매개로 제품을 만들 경우 훨씬 고급스럽고 품격 있는 브랜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제주를 내세운 제품 증가에 따라 '평판 관리' 차원에서 제주 도지사(道知事)가 보장하는 '제주 제품 인증 제도'를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이상헌 제주도 경제정책과 주무관은 "실제 제주산 원료를 썼는지 명확하지 않은 상품까지 속출해 내년 초부터 제주도지사가 공식 인증하는 마크를 새로 도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