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1월 23일 오전 11시. 남한 최북단 인천광역시 옹진군 백령도에는 ‘윙~’하는 사이렌 소리가 울렸다. 곧이어 인근 대피소로 대피하라는 경고 방송이 나왔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땅까지 흔들릴 정도였다. 백령도 토박이인 주순선(52)씨는 백령도 사투리로 “진짜 전쟁이 난 줄 알고, 허겁지겁 대피소로 피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방공호(대피소) 가서도 악몽(惡夢)은 계속 됐지야. 깜깜한 밤중 같이 불빛이 없어 너무 미서(무서)워서 죽을뻔 했시다. 급하게 피했지만, 학교에 가있는 우리 막내 딸이 어드매 대피소에 잘 숨었는지 확인 안됐지야. 딸 위치랑 안부 걱정에 정말 심장이 터지는 줄 알았습니다.”

주씨는 10시간 넘게 불안에 떨어야 했고, 대피령이 해제된 후에 딸의 안부를 확인할 수 있었다.

2015년 8월 22일 오후 3시. 5년 전과 같은 비상상황이 또다시 발생했다. 북한의 포격으로 또다시 주민 대피령이 내려졌다. 주 씨는 “놀란 가슴은 5년 전과 비슷했지만, 대피소의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고 말했다.

KT는 백령도 26개 대피소를 연결하는 화상회의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주민들은 대피소에서도 가족들의 위치와 안부를 확인할 수 있게 됐다.

“대부분 일터나 외부에 있다가 대피방송을 듣고 가까운 대피소로 피합니다. 그러다보니 가족, 친척들의 생사 확인이 걱정이됩니다. KT(030200)가 화상전화기 설치해줘서, TV화면에서 가족의 위치와 안부가 확인할 수 있어서 너무나 좋았시다.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백령도의 춥고 어두운 벙커같은 대피소가 정보통신기술(ICT)을 만났다. 통신회사 KT가 지난 3월 사회공헌의 일환으로 추진한 ‘기가아일랜드’ 덕분이었다. 기가아일랜드는 KT가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ICT 소외 지역에 기가 인터넷 설비를 구축하는 사회공헌 프로젝트다.

KT는 백령도를 기가아일랜드로 꾸미기 위해 동네 주민들과 간담회를 열었다. 주민들은 긴급 상황에서 가족의 안부를 신속하게 확인하고 싶다는 의견을 쏟아냈다.

KT는 백령도 26개 대피소에 화상회의 시스템을 구축했다. 또 KT의 기가네트워크가 연결된 인터넷TV(IPTV) ‘올레TV’도 설치했다.

일촉즉발 위기상황이 벌어진 지난 22일 대피소에는 주민과 관광객을 포함해 100여명이 대피했다.

KT가사회공헌의 일환으로 기가아일랜드 사업을 하기 이전의 백령도 대피소의 모습.

이날 주민들은 대피소의 올레tv에서 방송되는 해병대 화생방전에 대비한 대응 방법을 시청했다. 다른 대피소로 피난 간 가족의 상황도 실시간으로 지켜볼 수 있었다.

남북이 대화를 시작하고 긴장이 완화하자, 대피소는 문화공간이 됐다. 주민들은 대피소에서 영화까지 관람했다. 대피령이 해제될 때까지 7시간이 넘게 대피소에 있던 주민들의 표정에는 미소가 조금씩 번졌다.

예전 대피소에서는 편의시설이 없고 추워서 잠조차 청하기 어려웠다. 춥고 습한 대피소에 지내다 나오면 감기에 걸리거나 허리가 아픈 환자가 속출했다.

이날 백령도에 여행을 왔다가 대피소로 피한 관광객 김성배(48)씨는 “그동안 대피소라고 하면 지하 깊숙이 어둡고, 추운 벙커(bunker)를 떠올렸다”면서 “백령도 대피소에서는 전화통화도 가능해 서울에 있는 가족들을 안심시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KT가 백령도 대피소에 마련한 문화공간의 모습. 대피소로 피한 주민과 관광객들이 뉴스를 보면서 외부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있다.

KT는 백령도의 통화품질 향상과 함께 기지국 소실로 인한 통신 중단에 대비하기 위해 자회사인 KT SAT의 위성 롱텀에볼루션(LTE) 기술을 백령 면사무소 대피소와 사곶 대피소에 설치했다. 이 때문에 기지국이 파괴되더라도 위성으로 전화연결이 가능하다.

KT는 대피소 공간을 지속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오는 9월부터 매월 ‘대피소 영화관’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이선주 KT 공유가치창출(CSV)센터 상무는 “KT의 ICT 기술력을 대피소에 적용해 대피소가 위기 상황뿐만 아니라 평상시에도 주민들이 함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며 “KT는 지속적으로 도심에 비해 ICT 인프라가 취약한 지역을 찾아 5세대(5G)와 ICT 기술을 전파하는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