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이 서울 강남의 노른자위 땅으로 꼽히던 옛 서울의료원 부지를 모두 포기하면서 부지 입찰이 유찰됐다. 애초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 '제2의 한국전력 부지 입찰전'과 같은 양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두 그룹 모두 사업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하면서 물러선 것이다.
옛 서울의료원 부지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다. 토지 3만1543㎡와 건물 9개 동(전체면적 2만7743㎡) 규모다. 서울의료원이 2011년 중랑구 신내동으로 옮기고 나서 현재는 서울의료원 강남분원과 장년창업센터, 청소년드림센터 등으로 사용됐다.
이 부지는 감정가만 9725억원에 달해 재계 1, 2위 그룹인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이 각축을 벌일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삼성그룹의 경우 이 부지 바로 옆에 있는 옛 한국감정원 부지를 확보하고 있어 통합개발이 가능하다는 점과, 현대차는 한전 부지와 연계해 개발할 수 있다는 점이 두 그룹의 참여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부동산 업계 예상과 달리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은 모두 서울의료원 부지가 사업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옛 서울의료원 부지 일대가 준주거지역으로 허용 용적률이 330%, 상한 용적률이 400%가 적용돼 건물을 더 높이 짓기 위해 별도의 기부채납을 해야 한다는 점, 공공성을 갖기 위해 전체 공간의 50% 이상을 업무·관광·문화·집회시설로 사용해야 한다는 점 등이 걸림돌로 작용한 것이다.
한전부지는 영동대로와 가깝고, 지하철 9호선 봉은사역, 지하철 2호선 삼성역 등을 이용할 수 있는데 반해, 서울의료원 부지는 영동대로와 다소 떨어져 있고 탄천 쪽을 바라봐 지하철을 등지고 있다는 점 등 입지 요인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것이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이 입찰전에 불참하게 된 요인으로 분석됐다. 삼성그룹의 경우 현대차의 신규 사옥 탓에 옛 서울의료원 부지가 상징성이 떨어진다는 점, 현대차는 지난해 10조5500억원을 투자하며 한전부지를 사들여, 투자자의 거센 비판에 직면한 점도 불참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업계에서는 서울시와 강남구가 삼성동 일대 개발을 둘러싸고 갈등을 벌이고 있다는 점도 두 기업의 낙찰 참여에 걸림돌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한다. 현대차는 한전부지 일대 개발을 위해 1조7000억원의 공공기여금을 냈는데, 서울시는 이를 코엑스~잠실종합운동장 일대를 국제교류복합지구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이고, 강남구는 이에 대해 반발하며 서울시의 '국제교류복합지구 지구단위계획구역' 결정 고시에 대한 무효 등 확인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했다.
업계에서는 옛 서울의료원 부지의 새 주인이 더디게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현실적으로 삼성과 현대차를 제외한 그룹이 1조원 이상을 내고 이 부지를 사들이는 것이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부동산 업계 한 관계자는 "자금력을 갖춘 기업들이 뭉쳐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매각 방침이나 조건 등을 변경하지 않고, 다시 재입찰을 추진할 방침이다.